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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공정여행이 나에게 준 것 |
임은희 대전 반석고 2학년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의 ‘은장’을 수상한 데 따른 탐험활동으로 필리핀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공정여행은 렌터카 대신 대중교통을, 입맛에 맞는 먹거리 대신 원주민들과 함께하는 현지인 식사를 하며, 관광화로 파괴된 자연환경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우리 청소년 15명이 향한 곳은 바이니난 마을이었다. 필리핀 이푸가오에서 대중교통 수단인 트라이시클을 타고 2시간 남짓 트레킹으로 이동해 닿은 곳이다. 그곳에서 말로만 들어온 계단식 논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무실서한 자연 속에 질서정연하게 자리한 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였다.
고대 필리핀에는 이푸가오족이라는 언어능력은 뛰어나지만 전투능력은 부족한 부족이 있었다고 한다. 타갈로그족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산속으로 밀리고 밀려서 해발 2000m 지역인 이곳까지 다다르게 됐고, 농사지을 땅이 부족해 계단식으로 논을 일구어 농사를 짓게 되었는데 이것이 계단식 논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계단식 논은 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아름다운 계단식 논이 널리 알려지고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면서 관광객이 몰리자 필리핀 사람들은 그 논을 지키기보다는 관광객을 위해 인위적으로 그 풍경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면서 망가지기 시작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이 둑까지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곳에서 한 일은 무너진 둑을 다시 쌓는 것이었다. 낯선 이방인들이 시골마을까지 와서 자기네 마을의 문제점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그 마음이 그들에게도 전해졌는지, 거창한 점심식사로 우리들을 대접해주는 현지 사람들의 정성에 또 한번 감동했다.
저녁에는 우리를 위해 바이니난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전통춤 공연이 있었다. 이들은 전통복장을 입고, 농사의 풍년과 우리들이 이 마을에서 오늘 낮에 함께했던 계단식 논의 복원을 함께 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전통춤을 추었다. 필리핀 친구들은 우리에게 손 내밀며 함께 춤추자고 했다. 독수리를 상징하는 마을 전통춤을 다 같이 추면서 마을은 난리법석 축제장이 되었다. 축제를 통해 친해진 필리핀 친구들과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떠나고 싶지 않았던 필리핀을 떠나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친구들과 이번의 공정여행이 여행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한뜻을 모아 동아리를 만들었다. 공정여행에 대한 배움의 시간을 갖고, 필리핀 친구들의 ‘바세코 공부방’을 지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여행 갔던 여행지에 대한 홍보와 더불어 후원금을 모금하여 꾸준히 필리핀 친구들과 꿈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필리핀 말로 즐거운 우리라는 뜻인 ‘카투아완 카미’라고 이름을 짓고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사람이 공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은 꿈도 생겼다. 공정여행 사회적 기업인 공감만세와 여행, 교육, 어떤 분야든 공정함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가 되어서 나의 미래의 아이들이 매번 감동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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