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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아나 뤼어만을 아십니까? / 박근호 |
19살 독일여성 아나 뤼어만은 2002년 9월 독일의 국회의원이 됩니다. 지금까지는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입니다. 그는 10살 때 환경운동을 시작했고, 그 뒤 비정부기구(NGO) 활동으로 독일에 태양전지가 설치되도록 모금운동을 벌여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아나 뤼어만의 이러한 과감한 실천력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었고, 결국 독일 유권자들로부터 나이와 경험을 떠나 지지를 받게 됩니다. 이때부터 그의 좌우명은 “당신을 괴롭히는 것에 불평하지 말고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라!”가 되었다고 합니다.
여러분, 부러운가요?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아나 뤼어만이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이 되려면 최소한 만 25살 이상이 되어야 하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어떤 고등학생이 정당에 가입하고 집회나 시위 현장에 발벗고 참여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래, 너 참 잘났다. 근데 너 학교에서 몇 등이나 하니? 학생은 학생다워야지.’ 이런 류의 말을 하겠지요. 법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창의와 진취성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단지 어른의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변화되지 않는 한 한국의 아나 뤼어만은 절대 나올 수 없겠지요.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은 항상 보호와 통제를 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대상으로 낙인찍혀 있습니다. 물론 청소년들 스스로도 보호와 통제에 익숙해져서 어른의 손을 떠나면 금방 방황하거나 좌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호받는 경험만 했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직접 결정하며, 더 나아가 직접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기회가 조금씩 주어지고 있습니다. 선배 청소년들의 투쟁으로 우리나라의 공적 선거권 연령이 만 19살로 낮아졌습니다. 유권자의 하한을 만 20살 이상에서 겨우 한살 낮추는 데 40년 이상이 걸린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곧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만 19살 청소년들의 활약이 눈부신 한해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오는 12월에 치러질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위해 우리 청소년들은 함께 연대합시다. 중·고등학생들은 만 19살 언니·누나·오빠들에게 자신들의 고민과 아픔을 전달합시다. 그리고 만 19살들은 그들을 대변하여 대선 후보들에게 청소년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책, 그리고 입시정책에 대해 아주 강력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주길 희망합니다.
만 19살 청소년들은 드디어 정치적 성인이 되었다고 자족할 일이 아닙니다. 아직 이루어야 할 일은 많습니다. 여러분의 선배가 그러했듯이, 만 18살 고등학생 신분까지 선거권 연령을 낮추도록 하자고 외칩시다. 그리고 현재 만 25살 이상인 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도 낮추어 청소년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도록 외쳐 봅시다. 그래서 한국의 아나 뤼어만이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봅시다.
박근호 경기도 이천시 증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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