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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김포공항습지에 골프장 건설 안 된다 / 이세걸 |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공항시설보호지구에 27홀 규모의 대중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환경훼손이 심한 국유지를 골프장으로 조성해 환경보존효과를 극대화하고, 항공기의 조류충돌 예방 및 이착륙 완충녹지 기능 확보가 이유라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공항공사가 추진중인 골프장 예정부지는 환경훼손이 심한 국유지가 아니라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20여년간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서 아주 건강한 자연습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프장 예정부지는 평야지대인 넓은 농경지와 한강수로에 인접해 자연경관이 우수하고, 수생식물·수서곤충·양서류·조류·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생태적인 고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된 건강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
우리에게 낯익은 왜가리·해오라기·백로를 비롯해 쇠부엉이·벌매·말똥가리·황조롱이·새호리기 등 희귀조류인 맹금류와 나그네새인 쇠찌르레기·제비 등의 보호종들이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멸종된 황새가 지난 3월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골프장 예정부지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먹이사슬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런 곳이 ‘환경훼손이 심한 국유지’라니, 골프장 건설 이유치곤 너무도 궁색하다.
골프장으로 환경보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도 우습다. 지난 20여년간 천이(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식물군집의 변화)를 거치면서 안정된 습지와 녹지가 된 곳을 매립해 골프장으로 만드는 것이 환경보존 효과를 극대화하고 완충녹지 기능을 확보하는 것인가? 이것은 대규모 환경파괴 행위일 뿐이다. 더욱이 골프장 예정부지는 애초 국가가 공항소음을 줄이고 완충녹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유지로 매입한 곳이다. 공항공사는 마치 황폐한 땅에 녹지를 조성하는 것처럼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골프장 예정부지가 공사의 주장대로 환경훼손이 심한 국유지이고 완충녹지가 필요한 곳이라면 이미 있는 녹지를 훼손해 골프장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잘 보전해야 한다.
습지가 사라지고 골프장이 들어선다고 해서 조류충돌의 가능성이 사라질까도 의문이다. 그동안 평야지대 넓은 농경지와 한강수로, 습지를 오가던 새들이 습지가 사라지고 수로와 농경지가 오염되면 공항 쪽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선 골프장의 야간조명이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방해할 수 있고, 야행성 조류를 끌어들여 조류충돌 가능성의 새로운 유인요소가 될 수도 있다. 차라리 골프장의 맹독성 농약이 조류를 사라지게 한다고 얘기하면 모를까, 습지가 골프장으로 바뀐다고 해서 조류충돌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애초 김포공항이 들어설 때 주변농경지를 매입하면서 골프장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면 주민들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삶의 터전을 내놓은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지 공사의 영리사업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습지가 사라지고 골프장이 조성되면 김포공항 일대의 환경은 크게 변한다. 1차선 도로가 확장되고, 녹지가 사라지고, 350여대의 주차장이 생기고, 인접한 농경지가 오염된다. 한강과 인접한 오쇠천 등 주변하천과 농수로도 오염된다.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과 도시민들에게 돌아온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시와 강서구, 국토해양부는 이번 사업에 대해 허가나 승인을 해서는 안 된다. 도시하천이 자연하천으로 바뀌고, 도시농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막대한 돈을 들여 인공습지도 조성하는 마당에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규모 자연습지를 골프장으로 만든다니, 중단해야 한다. 오히려 습지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자연환경학습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맞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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