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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23 19:39 수정 : 2012.07.23 19:39

허일두 서울시 은평구 수색동

전국 35개 대학에서 77명의 대학생이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악용해 부정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특별전형은 해외근무가 불가피한 상사 주재원 등의 자녀를 대상으로 국내 교육기회 결손을 보전해주기 위해 1977년 도입됐다. 제도를 악용했으면 응당 처벌받아 마땅하다.

대학 시절 유난히 놀기만 하고 성적이 나오지 않는 친구들이 자주 듣는 말이 있었다. ‘너 잔디 깔고 들어왔지?’다. 3불정책으로 기여입학제가 금지되면서 우스갯소리는 사라졌지만 2012년에도 비슷한 유형의 특별입학전형이 판을 치고 있다.

기여입학제 금지의 근본적 이유는 부모의 재산이나 배경으로 자녀의 인생을 결정짓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었을 것이다. 돈이 많다고 좋은 대학에 가고, 돈이 없다고 그들이 차지하고 남은 좁은 공간에 무한경쟁을 통해 입학해야 한다면 누구든 분노할 것이다. 교육당국은 불공정함을 공정함으로 바꾼다는 시도는 했지만, 특별전형이라는 이름 아래 불공정한 입학 제도는 반복되고 있다.

대학특별입학전형은 3000여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재외국민특별전형, 외국어우수자전형, 수학과학우수자전형, 리더십전형, 학교장추천전형 등. 풍요로운 가정, 교육기회를 상대적으로 많이 갖는 일부 계층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전형방식이다.

체급이 맞지 않는 미스매치 권투 시합에서 플라이급 선수가 헤비급 선수를 이길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희박하다. 플라이급 선수에게 쇠주먹 착용을 허용해도 그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헤비급 선수에게 쇠주먹 착용을 허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별전형의 목적은 다양한 인재를 뽑는 데도 있겠지만, 교육기회에서 불평등을 가졌던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데도 있을 것이다. 사회의 플라이급 선수들이 헤비급 선수를 이길 수 있도록 그들에게 쇠주먹을 끼워줘야 한다. 재외국민 자녀들이 사회의 빈곤층 자녀보다 더 낮은 체급에 있는가?

특별전형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평범하거나 그보다 못한 위치에 있는 자들에게 특별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게 기여입학제를 폐지하고 특별전형을 도입한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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