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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23 19:41 수정 : 2012.07.23 19:41

세계적인 도시들의 공통점은
도시발전 위한 가치를 생산하는
지역언론이 중심에 있다는 것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지금까지 도시 미디어는 관-민 갈등, 부정부패, 범죄 등 수시로 일어나는 흥미로운 사건을 보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상대적으로 도시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정책 현안의 역사적 배경, 장기적 혁신 비전, 지역 숙원사업의 해결방법에 대한 진지한 취재나 기획 보도는 다소 소홀히 했는데, 최근 급속한 도시화 결과 도시 미디어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1950년 지구 전체에 75곳에 불과했던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는 2011년에는 447곳으로 늘었다. 25만명 이상의 도시는 전세계에 수천곳에 이른다. 2050년께엔 65억명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세계 인구의 70~75%에 해당한다. 이미 도시는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구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와 깨끗한 물의 60~80%를 소비하고 있다. 도시 내외부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는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 및 세계 경제 성장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삶의 터전인 도시에 활기를 부여하고 도시 자체의 고유한 기능을 회복하려면 지역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이 최근에 발간한 ‘디지털 미디어 지도 그리기: 미국 편’을 보면, 미국에선 도시를 기반으로 자생하는 지역 언론이 도시의 활력 증진에 큰 구실을 하고 있다. 미국의 지역 언론사들은 디지털 기술의 쌍방향성을 이용해 시민들에게서 직접 뉴스를 공급받으며 도시 주변 이슈에 대한 추적과 토론 기능을 극대화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집중 조명한 언론 매체를 간략히 살펴보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에브리블록’으로, 시카고에서 시작한 이 매체는 뉴욕을 비롯한 16개 대도시에 확산됐다. 도시 주변의 크고 작은 행사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유용한 식당, 부동산, 도로 상태 등 거의 모든 정보를 망라하고 있다. 에브리블록은 4개의 주요 메뉴로 구성돼 있다. 이웃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전해주는 코너와 지역 정부가 시민에게 전하는 정보 모음, 해당 도시의 뉴스 언급 상황을 추적하고 모니터하는 미디어 멘션, 소셜미디어에서 흥미로운 유시시(UCC)를 찾아 소개하는 메뉴 등.

이밖에도 미니애폴리스에서 운영하는 <민포스트>가 있다. 이 신문은 미네소타 지역의 고품격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비영리·비당파적 매체다. 온라인으로 운영되지만 주중 매일 발행되며 텍스트 이외에 멀티미디어형 뉴스도 제공한다. 2012년 2월 현재, 이 신문의 운영을 위해 연간 3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미화 10달러부터 2만달러를 기부한다. 그 밖에 2009년에 설립된 <텍사스 트리뷴>도 도시 발전을 위한 공공 미디어로서 광고를 비롯하여 민간 기업, 회원 기부자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뉴욕타임스>의 온라인 경쟁자인 <허핑턴 포스트>도 시카고와 뉴욕 등 대도시 시민을 위한 독립 사이트를 최근 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목해야 할 또다른 동향은 미국의 인터넷통신사업자인 에이오엘(AOL)이 운영하는 지역 뉴스매체 <패치>다. <패치>는 에이오엘이 온라인 지역광고 촉진 등을 위해 인수했는데, 전국에 걸쳐 800여개 <패치> 사이트를 운영하며 전문 저널리스트와 시민 기자들이 협력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지역화된 뉴스와 정보 콘텐츠가 확산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21세기는 도시 국가의 시대다. 시공간적 경계를 넘어 도시가 외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하이퍼로컬’ 세상이 열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도시들의 공통점이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도시 발전을 위해 공유해야 할 가치를 지속적으로 생산·유통·확산하는 지역 언론이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도시 중심의 지역 언론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지난해 5월 부산시의회가 ‘부산시 지역신문 발전 지원조례’를 제정했지만 아직 전국적 움직임은 미약하다. 조례 제정이 도시 고유의 성장 동력을 지필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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