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25 19:35
수정 : 2012.07.2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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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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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에 문제 있는 후보자를
공직에 앉히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대법관과 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청문회가 완료됐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다. 대부분의 후보자에게 상당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고, 일부 후보자는 범죄 행위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의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2006년 인사청문회법이 도입된 이후 공직후보자의 인사검증 절차가 강화됐고, 경우에 따라서는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 낙마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위장전입이나 세금탈루 등 도덕성에 있어 많은 문제가 있는 후보자들이 공직에 임명되면서 과연 청문회 절차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괴감을 갖게 한다.
청문회가 있을 때마다 위장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이중국적 등의 문제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와 같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공직에 임명하려고 했다. 이는 청문회를 경시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또한 그런 하자를 가진 후보자들이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떳떳하게 청문회장에 나타나서 수모를 감내하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과연 국민을 위해서 떳떳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청문회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공직 후보자를 추천할 때 철저히 검증해서 도덕성과 자질 면에서 문제가 없는 사람을 추천하도록 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검증절차가 객관적으로 철저히 이뤄졌는지의 여부와 해당 후보자가 공직자로서 임무를 수행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청문회 과정에서 검증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후보를 추천하면 청문회가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없게 된다. 자질을 검증하기 이전에 도덕성의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후보자 선정에 그만큼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굳이 후보자로 추천하는 이유는 자기 사람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사적 이익을 위해 공직을 나누어 가지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한데도 하자 있는 후보자를 지명하고, 그런 후보자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대통령이 공직 후보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의견이나 국민 여론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면서 청문회를 해야 할 까닭이 없다. 그러나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회 동의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후보들이 공직에 임명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형식논리만을 따르자면 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공직 임명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청문회 제도의 취지를 무시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이제 국민들은 공직 후보자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뭇매 맞는 모습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이미 청문회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하자를 가진 사람들이 공직에 추천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또 그런 문제가 있는 후보자들은 공직에 임명되는 것을 과감히 거절해야 한다. 최소한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공직자로서의 기본적 양심을 가지고 있다면, 임명권자나 후보자나 더는 국민들 앞에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김정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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