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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30 19:36 수정 : 2012.07.30 19:36

고교생의 눈으로 본 대선경선후보들의 교육공약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이명박 정권이 끝나가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각 당은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고, 시민들도 후보들을 물색하며 소중한 한 표를 누구에게 행사할까 고민하고 있다. 고등학생은 투표권이 없지만, 정치를 배우는 대한민국의 한 학생으로서 후보들의 교육 관련 정책 공약에 대해 학생의 눈으로 비판해보고 싶다.

며칠 전 신문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경선 후보, 민주당의 손학규, 문재인 경선 후보가 교육 관련 대선 정책을 내놨다는 기사를 접했다. 기사를 보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었다. 다른 후보들의 공약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굉장해 보였다. 그러나 천천히 공약들을 뜯어보니,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박 후보가 전면에 내걸고 있는 공교육비 절감은 물론 꼭 필요한 정책 사안이다. 그런데 그전에 학생들이 공교육을 즐겁게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먼저 아닌가? 박근혜 후보의 공약을 보면 고등학교 교육비를 줄이고 대학등록금도 많이 지원을 해주겠다는 내용뿐, 고등학교 생활을 좀더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은 없다. 고등학생의 눈으로 보면, 이 공약들은 현재의 지옥 같은 입시 제도는 무시하고 일단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비치기까지 한다. 예체능교육 강화로 학생들이 ‘1인 1예술 1스포츠’를 즐기게 한다는 공약이 있긴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오히려 학생들의 피로감만 더해질 뿐이다. 1인 1예술 1스포츠 정책이 실시되고 이것이 대학에까지 반영된다면 학교에선 당연히 예체능마저 등급을 매겨 학생들을 평가할 것이다. 예체능을 진심으로 즐길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요즘 입시제도가 어떤지, 학생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지 알고 있다면 이런 공약보단 좀더 학생을 위한 공약을 내놓아야 했다.

반면 손학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는 학생들을 배려한 흔적이 일부 엿보인다. 손학규 후보의 공약에는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하고 일제고사도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고,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는 학력 블라인드 채용을 제도화해 학벌 위주의 사회를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얼마 전 있었던 일제고사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다. 학교에 서열을 매기다 보니 그 부담이 자연스레 학생들에게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일제고사 폐지는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지만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손학규 후보의 이 공약이 특히 눈에 띈다. 또한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학벌 위주 평가가 학업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청소년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학력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되면, 현재의 빡빡한 대학입시가 풀어져 학생들이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후보도 강제 야간자율학습이나 강제 방과후학교 등 고등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자율’의 이름을 단 ‘강제’ 학습에 대해서는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

경쟁보다는 협동, 강제보다는 자율. 그것이 지금 우리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공약이다. 무조건 등록금만 낮추고 돈만 덜 내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일단 행복해지는 것이 우선이다. 앞으로 나올 대선 후보들이 고등학생에게는 투표권이 없다고 무시하지 말고, 적어도 교육 정책만큼은 꼭 우리의 눈높이에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5년 뒤, 지금의 청소년들은 무시무시한 유권자가 되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조은솔 고등학생·대전시 중구 오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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