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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위안부 기림비’를 아시나요 |
최병호 경기외고 2학년
한 달에 한 번씩, 5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나눔의 집에서 한 통의 메일이 왔다.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 살고 계시는 곳이자,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힘쓰시는 분들이 일하시는 곳이다. 최근 번역 관련 봉사도 겸하고 있었기에 ‘틀림없이 또 일감이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메일을 열었다.
최근 들어, 주미 한인들의 노력으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추도하는 ‘위안부 기림비’의 수가 미국 내에서 늘고 있다. 얼마 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위안부의 공식 명칭을 ‘위안부’가 아니라 ‘강요된 성노예’로 바꿔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위안부 문제에 관해 우리나라의 입장을 지지하는 미국 내 분위기도 이런 추세에 일조한 것 같다.
이에 자극을 받은 주미 일본인들이 백악관 누리집을 통해 미국 내의 ‘위안부 기림비’를 철거할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작성하고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규정상 청원 서명 시작 뒤 30일 안에 총 2만5000명 이상이 청원서에 서명할 경우 백악관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게 돼 있는데, 지금까지 이곳에 서명한 일본인들이 3만3000명이 넘는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같은 방식으로 백악관에 청원서 제출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내게 온 메일에는 바로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나는 백악관 사이트에 들어가서 바로 서명했다.(물론 영어로 되어 있지만 많은 사이트에서 서명방법을 쉽게 설명해놓았다.) 내가 서명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긴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의 스코어는 30 대 3만3000. 물론 서명을 받기 시작한 지 30일이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일본에 비해 서명자 수가 턱없이 적은 사실이 안타까웠다. 또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누리꾼들에게 크게 실망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 티아라의 멤버인 화영과 다른 멤버들 사이의 불화설이 논란이 되어 개설된 단체인 ‘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티진요)는 개설 이틀 만에 회원수가 12만명을 훌쩍 넘은 데 반해 이렇게 중요하고 진정으로 많은 이들의 힘이 필요한 문제에는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 말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나눔의 집에 계시던 김화선 할머니께서 타계하신 것처럼 많은 분이 한을 풀지 못한 채 돌아가시고 있고, 일본은 자국의 만행을 덮기 위해, 심지어 왜곡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이 문제의 해결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는 어떤가? 유독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부당하고 아픈 역사라고 인식하고 있는 반면, 해결을 위한 두드러진 노력은 정부도 국민도 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잘못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사실을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누리꾼들의 힘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전세계에 과거 일본군이 우리나라 처녀들을 상대로 저지른 만행을 알리고 이를 추모하는 ‘위안부 기림비’를 지키는 일 역시 우리나라의 ‘개념 있는’ 누리꾼들의 몫이다. 미국 백악관에 우리나라 누리꾼들의 힘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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