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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하우스푸어, 사회의 한쪽이 무너지고 있다 / 김용희 |
우리나라 하우스푸어가 150만가구(가구원 수 500만명)로 추정된다고 한다. 인구의 10분의 1이 하우스푸어인 셈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지만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강남 버블세븐지역이 반값 세븐지역으로 표현되고, 빚을 갚지 못해 경매시장으로 내몰리는 주택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집이라는 것이 원래 세상살이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안히 쉬는 곳이어야 하는데도, 지금 집주인 차주들에게는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하우스푸어는 실버푸어로 연결되고 있다. 50~60대 노동력이 감소된 세대가 지금 하우스푸어의 중심에 서 있다. 가정경제의 어려움은 가정의 해체를 가져오고 삶의 질을 급격히 하락시키고 있다.
2003년 카드대란은 지금의 주택대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외환자유, 금융자유화와 더불어 불어닥친 카드대란은 카드대출을 10배가량 급격히 증가시켰고, 그 결과 신용불량자가 속출하였다. 카드대란 당시인 2003년 카드사 자산은 77조원 정도였으나 지금 가게부채는 1000조원을 육박하고 있다.
현재 집 있는 차주들은 빚을 갚을 수도 집을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탈출구는 없다. 양도세 완화, 취득세 완화, 금융규제 완화, 투기지역 해제, 이런 정도의 처방으로는 이제 중증환자가 되어가는 주택시장에는 약효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린벨트를 풀어 낮은 가격으로 보금자리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2009년부터 43만가구가 사업승인을 얻었고, 지난해만도 12만6000가구가 공급됐다. 선진국의 임대주택 비율은 20%이다.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비율은 5% 선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급되는 보금자리의 60%를 분양공급하겠다고 한다. 주택의 공공성을 정부 주도의 주택공급에서도 인정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보금자리 공급은 주택시장에서의 실수요를 계속 잠재수요로 남아 있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주택을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투자)으로 본 다주택자들이나,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개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주거공간을 주택의 공공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선진국의 주택모기지론을 참조하더라도 주택대출에 따른 부담을 온전히 소비자에게만 전가하는 현재의 주택금융 관련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집값 상승을 통한 재테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빚에 몰리는 사람들이 시장가격과 비교해 어느 정도 낮은 가격에 집을 팔 수는 있어야 한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도 갚지 못할 정도인 깡통아파트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를 우려한 금융권의 주택대출금 조기 회수가 적극 검토되는 식으로 주택시장이 방임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우선 소득수준이나 기타 여건을 고려하여 상환 가능성이 낮은 계층의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정치권의 의지 없이 정부의 재량권만으로 주택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선이 당장 급선무이긴 하겠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다음 정부도 안정적으로 정부를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경제불황은 거시적이며 환경적이다. 이자율 조정, 채무만기 연장, 채무전환, 기존 정책의 완화, 이런 정도의 해법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정직하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수급의 원리를 기준으로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문제의 해결을 미래로 연기하는 것은 문제를 더욱 키울 뿐이다. 보금자리 공급을 줄이고 한계상황에 처한 주택 소유자들의 주택을 정부가 우선 매입하는 방법만이 근본대책이다. 주택시장의 문제를 민간에 맡겨서 해결할 수 있는 시점은 지났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 주도적 개입만이 주택시장 문제를 풀 수 있다.
김용희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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