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22 19:31
수정 : 2012.08.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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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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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태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런던올림픽이 막을 내렸지만 그 감동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 13개로 종합 5위를 기록하며 위상을 세계에 과시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반면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에 대해서는 금메달 7개로 종합 11위를 기록했다고 덧붙이면서 우리가 비교우위에 있음을 강조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는 올림픽의 국가별 순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스포츠의 순수한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일본·영국 등은 국가 순위를 금메달 위주로 집계하고 미국·캐나다와 유럽 등에선 메달합계로 순위를 정한다.
금메달 순위로 보면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한국, 독일 등의 순서이며, 메달합계 순위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순서가 된다. 메달합계로 보면 한국은 28개로 전체 9위이며, 일본은 한국보다 10개가 많은 38개로 전체 6위다. 이 방식대로라면 일본이 우리보다 앞선다. 국민감정상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금메달 수에 좌우되지 않고 메달의 가치를 똑같이 인정한다는 점에서 메달합계 방식은 한결 차분한 순위 계산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언론이 그동안 적용해온 금메달 위주의 순위 집계 방식은 스포츠 내셔널리즘과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일부 기여한 점도 있다. 그러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처럼, 금메달을 따지 않으면 금세 외면해 버리는 우리 사회의 금메달 지상주의는 급기야 배드민턴 ‘져주기’ 파문 등을 낳기도 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언론은 ‘금메달의 꿈, 금빛 미소, 황금 물살, 금메달 메치기, 금메달 놓치고 울어…’ 등 금메달을 외치고 금메달을 노래하기 바빴다. 이 과정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외면받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금메달 선수 못지않게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을 재인식하는 데 공헌한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다. 언론은 메달을 딴 선수들은 물론 올림픽 본선에 나가지는 못했어도 국가대표로서 예선전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 비인기 종목임에도 혼신을 다한 선수들에게도 감사와 격려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언론은 1등만을 찬양하는 승자독식의 금메달 지상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최고’보다는 ‘최선’에 가치를 두는 올림픽 정신을 빛내는 길이다.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전체 메달 수로 순위를 매기는 메달합계 방식이 그 작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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