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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무상보육에서 소외된 부모들 / 김계옥 |
만 네살짜리 사내아이를 둔 엄마다. 맞벌이라 아이를 매일 아침 놀이학교에 맡기고 출근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니 ‘무상보육’에 대해 정부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보인다. 대체 정부는 무상보육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까?
아마 무상보육에 반대하는 엄마들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정부에서 보육료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이게 웬 떡이냐 하는 부모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 그래도 부모들이 책임져야 할 우리 아이들에 대한 양육과 보육에 함께 신경을 써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무상보육은 그 단어만으로도 감사하다.
하지만 이런 감사는 혼자 생각할 때뿐이다. 주말에 같은 또래 아이 엄마들과 모여 이야기해 보면 자꾸 그런 감사함이 줄어든다. 우리 아파트만 해도 최근 어린이집이 계속 늘고 있다. 어린이집을 새로 연 주변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부지원이 있어 어린이집을 운영하면 돈이 된다고 한다. 아이별로 보육시설이 수령하는 지원금이 최대 약 80만원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들도 돌고 있으니 당연한 움직임이겠다. 그러니 기존에 살던 집을 내놓고 대형 평수를 급히 전세로 얻어 어린이집들을 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엄마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르친다고 자랑한다. 아이가 키도 작고 또래에 비해 좀 늦되는 감이 있어 1년 정도는 보살피며 가르치는 쪽을 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집 아이는 매일 점심을 아파트 저 건너 어린이집에 가서 먹는다. 그 앞뒤 시간을 활용해 엄마는 같은 아파트 엄마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신다. 이전에는 없던 이상한 풍경이다. 극단적인 일부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와 같은 무상보육이 정부의 의도대로 우리 아이들에게만 집중돼 있고, 아이들의 이상적인 양육과 보육에만 이바지하는 정책인지는 솔직히 엄마로서 의문이 든다.
시설과 교육으로 소문난 극소수 국공립 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키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엄마들이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주변 어린이집이 어떻게 보면 유일한 대안인 엄마들은 현재와 같이 제한된 어린이집들의 보육시설과 교육의 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보낸 뒤 그 이후나 주말에 짬짬이 대안교육을 시키곤 한다.
정부에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엄마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주었으면 한다. 엄마들은 엄마들 스스로 자신의 아이들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는 것은 기존보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서다. 보육시설에 보내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인 엄마들은 없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그 목적을 만족스럽게 이루어 주고 있다고 느끼는 엄마들은 몇이나 될지 확인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엄마들이 모이면 정부가 엄마들에게 자신의 아이를 가르칠 교육기관과 형태를 좀더 자유롭게 선택하게 해 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한다. 현재의 무상보육제도가 실제 엄마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제도가 되려면 부모들에게 보육의 선택권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거다.
우리 아이에게 맞춘, 우리 아이에게 좀더 도움이 되는 교육 방식과 기관들을 엄마들이 찾을 수 있게 정부는 도와줄 필요가 있다. ‘정부가 아이들을 책임진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아이의 양육과 교육을 위해 ‘정부가 부모를 도와준다’고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아이에 대한 책임은 결국 부모의 몫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몇 개월 되지도 않은 무상보육을 다시 재단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돈이 없다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서로 아우성이다. 누구에게는 얼마를 주는 대신 누구에게는 지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의도 하는 것 같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불안하게 한다. 무상보육에 대해 부모들은 실제 체감조차 되지 않음에도 벌써부터 예산이 없다고 하니 그 예산은 누구를 어떻게 만족시킨 예산인가 궁금하다. 정부는 부모의 목소리를 우선해 들었으면 한다. 전문가들이나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훌륭한 분들의 목소리는 그다음이다. 정책 수혜자들의 만족 없이 성공한 정책은 없다는 사실에 귀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김계옥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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