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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27 19:25 수정 : 2012.08.27 19:25

최근 낙태에 대한 형사처벌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툭하면 살인 사건이 터지는 등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우리 현실을 보며 “어떻게 산목숨을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 본 터라 그런지 태아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확인은 본능적으로 옳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100% 옳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청소년지도사인 나로서도 확신하기가 솔직히 주저스럽다.

아무리 생명이 소중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모 될 준비가 안 된 청소년 미혼모의 임신, 성폭행에 의한 사고 임신 같은 경우에도 무조건 낳아 기르라고 강제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고민이 그 핵심이다.

생명은 단순히 죽고 사는 문제만이 아니라 이미 태어나 인생을 영위하고 있는 아직 나이 어린 미혼모 여성들의 남은 인생길도 넓은 범위에서 모두 생명이라고 봐야 하겠기 때문이다. 낙태가 불법이니 불법행위는 처벌하는 것이 옳다는 이번 결정의 이면에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의견이 사실상 반반으로 나뉜 이유도 그러한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임신 초기(12주 이내)에는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성이 있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진일보한 의견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것이 과연 최적의 대안인지도 혼란스럽다. 12주 안에 낙태를 하면 그것은 합법으로 허용하고, 13주 후의 낙태는 불법이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정작 출산의 당사자이자 당장 아이를 길러야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과연 조건부 낙태 논의가 환영할 만한 일로 받아들여질지 잘 모르겠다.

낙태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라는 말을 그동안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들어와서 그런지 낙태가 분명 올바른 행위는 아니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긴 하지만, 만약 남성인 내가 여성이 되어 원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덜컥 임신을 했을 경우, 청소년을 상대로 한 생명교육·성교육의 미비, 그렇다고 미혼모나 소위 싱글맘에 대한 지원도 변변치 않아 보이는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법이 강제한다고 무조건 낳아 기를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합법과 위법 논의가 아닌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 낙태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이 아닐까.

이영일 흥사단청소년연구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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