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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독립군 장군의 손녀와 일본군 장교의 딸 / 빙인섭 |
요즘 여야 대선 예비주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얼마 전 뉴스 화면에 독립군 장군의 손녀가 일본군 장교 출신의 딸을 수행하며 거리를 누비는 모습을 보았다. 역사의 아이러니한 이 장면을 본 순간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 우리 독립운동사에 빛나는 청산리 전투를 대승으로 이끈 백야 김좌진 장군이 왜놈 장교 출신의 딸을 대통령 시키겠다고 손녀가 앞장선 사실을 알면 얼마나 원망스럽고 분통해하실까!
가슴 아픈 일이다.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거쳐 길림성 안도에 주둔한 일본군 토벌부대에서 복무하였다. 안도는 당시 우리 독립운동의 근거지인 연길, 용정, 백산과 통화, 유하, 신빈에 가까운 왜군 토벌 선봉대의 주둔지이다. 그곳에서 그는 왜군 장교 계급장을 달고 독립군과 민족의 가슴에 총검을 휘두르고 활동하다 해방을 맞았다.
영원할 것으로 믿었던 일본이 패망하자 친일 반민족 세력들은 처음엔 조용히 숨죽이며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들은 미군정을 등에 업고 민족지도자들을 암살하거나 탄압하며 해방정국을 주도하게 된다.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당했어야 할 그들이 해방된 조국에 주체세력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이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민족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세계 각지의 신생 독립국들은 독립투쟁을 주도한 민족세력이 정권을 만들고 이끌었다. 또 유럽의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등은 독일 점령하의 반민족 행위자를 철저히 색출, 처벌하여 우리와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나치 협력자 1만명 이상을 처형하고, 군용 트럭을 제조해주었다는 이유로 르노 자동차를 국유화했으며, 많은 기업체 사주의 재산을 몰수하여 민족 반역자들을 엄벌하였다. 독일 점령하의 반민족 행위자 청산을 마치고, 당시 드골 대통령이 당당하게 외친 명언이 우리 민족을 향한 조언인 것처럼 들린다. “앞으로 프랑스가 다시 외적의 침략을 당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명의 민족반역자도 결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도 친일파 문제는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이는 민족의 자긍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광복 67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들은 전혀 반성을 모른다. 지금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 출판에 대해 갖은 방법으로 방해 작업을 하고 있다. 그 후손들은 소송을 제기하며 온갖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와서 그들 친일파들을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친일파들과 그 후손들은 진솔하게 잘못을 고백하여 민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최소한의 순리이고 도리다. 국민들에게 진정한 용서를 구한 이후에야 비로소 국가와 민족을 논할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이러다간 머지않아 이완용이나 송병준의 손자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 섬뜩해진다.
빙인섭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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