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8.29 19:20 수정 : 2012.08.29 19:20

우리 아이들이 학교 정규수업만 잘 들어도 대학에 가고 취업할 수 있게 해주는 대통령은 언제쯤 나올까. 고3 학생들이 지난 6월7일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 교실에서 수능 모의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장세진 군산여상 교사

새누리당이 박근혜 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함으로써 제18대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되었다. 아직 민주통합당은 경선에 나선 4명 중 1명이 대통령 후보가 되더라도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을 출간함으로써 사실상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변수’와 어떤 조합이 될지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응당 많은 당내 경선 주자를 중에서 여·야 1명씩만 후보로 뽑혀 대통령 선거전에 나선다.

교사인 내 관심이 교육분야 공약에 있음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지점에서 대선 주자들의 교육분야 공약들을 눈 부릅뜨고 살펴보니, 대뜸 이건 아니지 싶은 것들도 있다.

우선 고교 무상교육이 그것이다. 아무리 대선 공약이 큰 틀의 로드맵만 제시하는 것이라고 해도 고교 무상교육은 헛다리 짚은, 학교 현실과 너무 거리가 먼 공약(空約)일 수밖에 없다. 좀 심하게 비유하면 농부들은 극심한 가뭄으로 애가 타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외국에서 “(4대강 사업으로) 홍수와 가뭄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말한 것과 같은 공약이다.

빌공자 공약이 안 되게 하려고 그랬는지 꽤 구체적인 고교 무상교육 공약도 있다. 142만명이나 되는 고등학생들의 무상교육을 한꺼번에 제공할 수 없고 연차적으로 하겠다, 연간 2조500억원씩 6조원의 예산을 들여 고교 무상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고교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그런 공짜 학교 다니기가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수업료는 내도 좋으니 삼복더위에 에어컨 빵빵하게 가동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학교는 공짜로 다니게 하고, 교실에선 에너지 절약이다, 비싼 전기료다 뭐다 하며 한증막 수업을 하라면 너무 겉만 번지르르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막상막하 아닌가?

그밖에 ‘소질과 끼의 적성에 맞는 교육의 기본 방향’이라든지 ‘교육예산의 확대’, ‘교육개혁 전담기구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은 이미 한번쯤 들어본 것들이 아닌가 싶다. 그 현실감 때문에 눈길을 끄는 것도 있기는 하다. ‘사교육 폐지’, ‘논술고사 폐지’, ‘일제고사 폐지’ 등이 그것이다.

그렇듯 교육분야의 핵심을 짚은 공약이 별로 없는 것은, 어느 신문 논설위원의 지적처럼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학입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아는 대선 주자들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들 중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면 그 핵심 알기는 필수 과제라 할 것이다.

사실 핵심은 별것이 아니다. 하루 7교시 정규수업만으로도 대학에 가게 하는 것이다. 변별력 어쩌고 하면서 ‘요상한’ 시험문제를 내는 대학에 끌려다니는 그런 입시가 안 되게 하면 된다. 그것이야말로 사교육비로 허리, 등골 다 휘는 학부모들의 공감을 살 교육분야 핵심 공약일 터이다.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보충수업 전면 폐지를 시도한 바 있다. 정규수업 외에 뭔가 하지 않으면 막 불안해지는 일부 학부모와 ‘짭짤한’ 수입원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교사들의 학력저하 운운 따위 반대에 막혀 보충수업 폐지가 좌절된 것은 정권 말기라는 시점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이 땅에서 가장 시급한 교육분야 공약은 무상 따위 복지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우리 학생들이 정규수업 7교시 공교육만으로 대학을 가고, 취업도 되게 하는 제18대 대통령을 기대해본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