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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학교폭력 문제, 좀더 넓은 시야에서 보자 |
유하늘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1가
지난해부터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올해 2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중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교과부는 이를 핵심 대책 중 하나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처벌이 목표로 하는 세가지 효과, 즉 ‘징벌’, ‘교화’ 그리고 ‘재발 방지’를 모두 만족하지 못한다. 생활기록부에 폭력 사실이 적히면 진학이나 사회생활에 불이익이 따른다. 무서운 징벌이다. 하지만 가해학생이 진정으로 반성을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고, 오히려 자포자기식으로 계속 폭력을 휘두를 가능성도 있다. 즉 교화와 재발 방지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처벌이다.
그런 점에서 한 방송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이우학교’의 학교폭력 대책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우학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대안학교다. 한번은 남학생 3명이 한 학생을 때리고 돈을 빼앗다가 들킨 적이 있다. 학교는 가해학생들에게 선생님과 함께 정동진까지 걸어서 묵언 기행을 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말없이 그 먼 길을 걸으며 상념에 잠겼다. 이후 교사와 학생 간에 신뢰가 쌓였을 뿐만 아니라 가해학생들도 깊이 반성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만일 가해학생의 학생부에 가차 없이 폭력 사실을 적어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잘못에 대해 반성하기보다는 자신을 ‘폭력배’로 낙인찍어버린 사회에 대한 분노만 꾹꾹 쌓았을지 모른다. 정동진 묵언 기행은 당사자들이 하기 싫은 일을 시킨다는 점에서 ‘징벌’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가해학생들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반성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동시에 교사와 신뢰를 쌓음으로써 폭력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도 봤다. 이는 감정적인 처벌이 아니라 이성적인 접근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우리 사회는 ‘처벌 대 관용’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으로 학교폭력 문제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하면, 피해자의 인권 중시와 가해자 응징이라는 두 시점만 존재하고, 다분히 감정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인이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벗어나 국가와 제도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가해자들에 대한 교화와 재발 방지도 처벌 시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또다른 불쌍한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처벌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바꿔야 한다.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적는 게 옳은지 그른지를 함부로 단정 짓고 싶지는 않다. 다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처벌에 징벌적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교화와 재발 방지의 목적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이우학교의 사례는 ‘분노를 쌓는 처벌’보다는 ‘자기 성찰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처벌’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교훈을 준다. ‘관용이냐 처벌이냐’라는 이분법적 관점에만 갇혀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국가와 제도라는 좀더 넓은 시각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바라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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