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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월디사태’, 한국 아동복지의 현주소 / 김지혜·원나연·유다연·조은비 |
쉬는 시간에 교실에 앉아 신문을 펼쳐 보다 인천 월디지역아동센터(월디센터) 이전 요구와 관련한 기사를 보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교육 봉사를 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봉사를 하면서 아동센터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학생들의 변화를 지켜보았고, 그곳 아이들이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상처받지 않고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봉사를 하며 느낀 경험으로 감히 말하건대 아동센터는 아동을 키우는 제2의 가정이다. 그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 경험한 자만이 알고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이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이 문제는 ‘뒷북’으로 느껴졌다. 월디센터는 이미 지난해 인천학생문화회관으로부터 나가달라는 권고를 받았다. 당시 학부모 200여명의 요청으로 1년 임대 연장을 통해 위기를 벗어났지만, 이 문제는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월디센터 이전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지역사회에 무관심했는지 깨우쳐주려고 하는 것일까. 도가니 사건 등 최근 아동 복지가 흔들리는 사건·사고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원인은 월디의 상황처럼 몇 년 전부터 우리가 방치해둔 불편한 진실들에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일까?
이 사태에 대해 우리가 책임을 물어야 할 곳은 학생교육문화회관이다. 학생교육문화회관은 성인도 어르신도 아닌 ‘청소년’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도움이 필요한 지역아동들 대신 ‘영재들’과 ‘악기’를 모셔두기 위한 터로 사용되고 있다. 지역사회 사람들은 자정이 없는 회관의 태도를 비난해왔다. 지금도 회관은 목표와 방향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공복지를 위해 건립된 회관이 오히려 복지를 길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다음으로 책임을 물어야 할 곳은 인천 중구청과 시교육청이다. 회관과 마찬가지로 중구청과 교육청도 회관의 목표와 센터의 존재를 잊고 있다고 생각된다. 지난해에는 일부 중구의원들이 교육청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서는 이 사태의 해결을 위해 교육청에 물었다. 회관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교육청은 회관에서 결정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교육청은 중구청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한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와 ‘무상급식’이 언급되고 제정되는 상황에서 ‘무상 아동 교육 복지’에 무감각한 우리 모두는 도대체 무엇을 복지라 생각하고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일까?
지난 2년간 발생했던 월디사태에 대해 중구청과 교육청, 회관은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로 방치해뒀다. 또한 센터에 관련된 사람들만이 이 사태를 알고 있고 다른 이들은 무심하다. 공공의 이용을 위해 건립된 회관 역시 그 목표와 존재 이유를 잃고 변질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복지국가에서 아동 복지에 대해 뚜렷한 법률이나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복지제도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국회의원들과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법률을 만들겠다고 해왔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요구해야 하고 만들어야 할 정책은 월디센터와 같이 이미 마련된 복지제도를 제대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일뿐이다. 이 과정에는 시민단체와 지역사회 주민,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교과부 등 관련 부처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복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기보다 완성된 복지체제가 잘 운용되고 월디지역아동센터도 하루빨리 사태가 잘 마무리되어 아동들을 위한 교육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김지혜·원나연·유다연·조은비 인천 인성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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