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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무상보육, 부모들의 선택권은 어디에 있나요? |
문경희 서울 성북구 돈암2동
지난해 겨울, 나는 인생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얻었다. 결혼한 지 5년 만에 그토록 기다리던 귀여운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아기가 첫울음을 터트리던 날, 나는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에 어렵지만 가정양육을 결심했다. 하지만 아기가 커가면서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외벌이인 우리 가정 형편에서 아이에게 들어가는 보육비 부담은 생각보다 컸다. 그래서 무상보육을 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가뭄의 단비처럼 기쁜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곧바로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우선 보육료가 보육시설에 직접 지급되기 때문에 보육시설에 맡기지 않는 가정양육은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또한 가계소득이 하위 15% 이하에 속하지 않는 외벌이 가정의 경우, 양육비 부담이 크지만 양육수당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에 안타까움마저 들었다.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이 야속하기만 했다. 말은 무상보육이라고 하지만, 가정양육을 선택한 엄마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내년에는 소득 하위 70%까지 연령 구분 없이 월 10만원씩을 지급한다고 한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여전히 보육료 지원을 받으려면 원치 않아도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야 한다는 조건은 바뀌지 않았다. 과연 국민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이러한 보육지원이 대다수 영유아 부모들이 바라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부분의 부모는 정부가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통합하고, 부모들에게 이를 직접 지원해 형편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클 것이다. 예비 엄마들이 아이를 임신하고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고운맘 카드’와 같은 것이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바우처 카드로 부모들이 보육시설 이용이나 아이 병원비, 육아용품 구매 등에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무상보육에 대한 체감 만족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영유아 부모에게 보육 및 양육비를 직접 지급하는 ‘아동수당’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부모들의 양육비 부담도 줄여주고, 이런저런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무상급식과 더불어 무상보육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면서 어떤 이는 이를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한다. 하지만 뭐라고 평을 하든 보육의 부담을 안고 있는 영유아 부모들이 아쉬워하는 대목을 제대로 파악해 채워줄 수 있도록 정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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