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10.03 19:42 수정 : 2012.10.03 19:42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해마다 국정감사철이 되면 병원에서 다제내성균 발생이 문제라는 폭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뒤따르지 않은 채 일회성으로 반복되고 있다.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세균을 뜻하는 다제내성균과 치료 항생제가 없는 슈퍼박테리아는 의미가 엄연히 다름에도 슈퍼박테리아로 오도되면서 공포감을 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종합병원에서 다제내성균 감시가 강제되면서 발생건수도 현저히 늘었다. 다제내성균 감염으로 인해 환자의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치료비용이 늘어나며,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다는 불편한 진실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정부와 의료계는 다제내성균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퇴치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부처님은 ‘독화살의 비유’에서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당장 화살을 뽑을 생각은 하지 않고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 활과 화살은 무슨 나무로 만들었는지, 화살 깃은 어떤 동물의 털인지 따지기만 한다면 그것을 알기도 전에 독이 온몸에 퍼져 죽고 말 것임을 가르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다제내성균 감염은 이 순간에도 병원 중환자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만 부각시키거나 병원의 책임 여부를 따지기만 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제내성균은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 취약한 노인 및 만성병 환자의 증가, 의료 발전에 따른 장기이식 또는 인공기구 사용 환자의 증가, 병원 대형화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다제내성균은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관건은 효과적인 예방·관리 대책을 통해 그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다제내성균을 통제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가 전문학회와 논의를 거쳐 감염관리지침을 만들고 감시 인력 지원 및 현황 파악 등을 하고 있지만, 정작 퇴치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및 조직이 뒷받침되지 않아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항생제의 과용으로 인한 다제내성균의 발생은, 손씻기·격리 등 감염관리가 부실할 때 더욱 확산된다. 따라서 우선 항생제를 적재적소에 사용해 내성균이 유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대한감염학회에서 주도하고 있는 ‘항생제 올바로 쓰기’ 운동은 다제내성균 예방을 위한 좋은 시도다. 또한 미래 의료를 담당할 의대 학생에게 올바른 항생제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장기적인 다제내성균 퇴치를 위해 필요하다.

일단 병원에서 다제내성균이 생기면 손씻기, 기구 소독, 환경 청소, 환자 격리 등을 하여 전파를 차단하고 소멸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는 사람의 손, 의료기구, 환경 등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병원들이 의료 질 관리 및 환자안전 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손씻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다제내성균의 확산 차단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감염관리예방에 필요한 손소독제, 마스크, 가운 등 소모품에 대한 의료급여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법적으로 보고하게 되어 있는 다제내성균 6종 가운데 2종만이 격리 비용을 인정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에서는 감염전문관리료란 명목으로 입원기간 중 30일에 1회 겨우 4500여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다제내성균 관리를 위해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결과적으로 병원 당국도 감염관리에 소모품, 인력 및 시설 등 비용이 많이 들기만 할 뿐 다제내성균 감소에 따른 직접적 혜택이 없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기 십상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다제내성균이 개별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종플루처럼 국민보건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갖고 의료감염관리를 위한 전담조직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대책의 실행에 나서야 한다. 참고로 독화살에 맞으면 고민할 필요 없이 즉시 화살을 뽑고, 맞은 부위를 압박하여 지혈하고, 해독제를 주사하는 것이 사람을 살리는 지름길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