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0.10 19:34
수정 : 2012.10.1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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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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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아 경기 시화중 교사
최근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욕설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어 충격을 안겨준 일이 있다. 학생들은 왜 이렇게 많은 욕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것을 단순히 인터넷과 영화 등 대중매체의 영향이라고만 몰아붙일 수 있을까?
학생들이 욕을 사용하는 것은 교실 문화와 관련시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실이 붕괴되고, 규범이 자신을 지켜줄 수 없게 되자, 학생들은 약육강식의 교실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강하게 보이지 않으면 곧 당하게 되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스스로를 강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욕을 사용하는 것은 친구와 자신을 동질화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학교폭력 문제는 ‘상담’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확실한 제재 없이 도덕 시간이나 예체능 활동 등을 늘려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해법을 학생들에게 설문으로 물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상담교사나 체육 시간을 늘리는 등 허망한 대책들만 내놓고 있다.
미성년자인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자라나야 하는데, 교사가 수업 시간에 조용히 하라고 하면 “왜 조용히 해야 하는지”를 따져 묻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부당한 행동을 하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은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실망,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신이다.
학교폭력 문제를 교사의 상담이나 생활지도로 해결하라는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주당 수업시수가 18~20시간이 넘는다. 하루 6~7시간 중 4시간 이상 수업을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보충수업 등이 추가되면 한 주에 24시간 이상을 수업하는 교사도 많다. 누구든지 하루에 4시간 이상 서서 큰 목소리로 말을 하면 힘이 든다. 쉬는 시간이 2시간이나 있어서 편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2시간 동안 제출할 자료나 처리해야 할 공문은 쌓여 있다. 이런 와중에 학생들과 상담을 하라고 하면, 도대체 학생들을 언제 만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입학사정관제 등의 입시제도로 대학에 제출해야 할 서류는 점점 늘어나, 이제는 고교생의 독서기록장도 교사가 일일이 대신 기록해 주고 있는 형편이다. “학생이 그 책을 읽고 이렇게 느꼈다고 함”이라고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때는 도대체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한글을 모르는 학생들도 아니고, 그들의 느낌을 담임이 대신 전달해 주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교사도 시간이 없지만 학생들은 더욱 시간이 없다. 수업 시간에는 불러낼 수 없고 방과 후에는 학원에 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문제의 초점은 담임교사가 학생을 충분히 상담하였는지에 두어진다.
학교폭력 사건이 터지면 교육당국은 담임교사의 상담 여부를 거론하지만, 교사들의 수업시수가 적정한지를 문제 삼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상담교사를 따로 배치하였으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상담의 상대는 낯선 상담선생님보다 학생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담임교사다. 교사에게 양질의 수업과 생활지도를 요구하려면, 먼저 교사들의 수업 시수부터 현실화시키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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