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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핀란드·노르웨이의 학교폭력 예방대책 |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9월 중순 전국 시·도 교육청 장학사들과 함께 핀란드, 노르웨이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의 목적은 북유럽 견학을 통해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예방 및 문제 해결을 위한 시사점을 찾는 것이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두 나라는 오래전부터 학교폭력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핀란드는 ‘키바’(Kiva), 노르웨이는 ‘제로’(Zero)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이번 방문을 통해 느낀 점 가운데 하나는 이들 나라 모두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초등학생들을 집중 교육한다는 점이다. 가령 핀란드의 초등학교 3, 4학년은 자아를 탐색하고 사회성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을 의무로 수강해야 한다. 학생들은 또 역할극을 통해 학교폭력의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등의 다양한 역을 수행하면서 친구를 놀리는 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다. ‘또래조정’ 프로그램도 매우 활성화돼 있어 심각한 학교폭력이 아닌 한 대부분 또래조정을 통해 해결된다. 노르웨이에선 초등학교 1~3학년 때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집중 이수해야 한다.
특히 노르웨이는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지난 30년간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해 왔다. 학교폭력과 따돌림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노르웨이 스타방에르대학 인간행동과학연구소는 1989년 설립됐지만, 그 이전인 1983년부터 꾸준히 이 문제를 연구해 왔다. 또 이 연구소는 교사들의 연수도 맡아 매년 교사들에게 따돌림의 정의·원인·영향·예방책 등을 꾸준히 교육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선 학교폭력에 대한 부모의 책임도 크게 인정하는 분위기다. 일단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부모도 학생과 똑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학교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지만, 부모도 더 많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노르웨이의 사례에서 또 하나 배울 점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학교, 미디어 등 사회의 모든 부문이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2년 따돌림 반대 첫 헌장이 공표됨으로써 법적으로 따돌림을 규제할 수 있게 되었고, 2003년에는 법령 개정으로 각 학교가 학교폭력, 따돌림, 괴롭힘 등을 해결하기 위한 능력과 환경을 갖추도록 했다. 특히 2003년 국왕이 새해 연설에서 따돌림 문제를 처음 언급하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2009년부터는 5개년 계획으로 학교환경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북유럽은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정부, 미디어, 학교, 상담기관 등 각 부문이 상호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또 학교폭력 예방주간을 정해 세미나도 열고,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노르웨이가 추진하고 있는 ‘제로 프로그램’은 학교폭력을 없애자는 운동인데, 모든 학교에 ‘zero’ 스티커, 티셔츠 등 홍보물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학교폭력 문제를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 문제로 다룰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과 관점에서 꾸준히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학교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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