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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당뇨병 치료제는 기호품이 아닙니다 / 이명숙 |
저는 당뇨병 환자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당뇨협회의 사무국장입니다. 얼마 전 저는 당뇨병 치료제 중 모든 휴먼 인슐린 펜 제제의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당뇨병은 성인 10명 중 1명, 즉 수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질환인 만큼 본인에게 꼭 맞는 치료제가 필요합니다. 이 중에는 휴먼 인슐린 펜 치료제가 없어서는 안 될 환자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휴먼 인슐린 펜은, 먹는 당뇨병 치료제는 물론 인슐린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임신성 당뇨병의 필수적인 치료제입니다. 또한 최근에 개발된 인슐린인 아날로그 인슐린으로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을 겪은 당뇨병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로 사용돼 오고 있습니다.
또 운이 좋아 최근 개발된 인슐린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10여년 전에 개발된 휴먼 인슐린 펜과 최근 개발된 아날로그 인슐린의 가격 차이는 무려 2배에 이릅니다.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형편상 꼭 사야 하는 당뇨병 용품 구입마저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혹여 휴먼 인슐린 펜의 공급 중단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생기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사실 휴먼 인슐린은 펜이 아니라 바이알에 있는 인슐린을 주사기에 넣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 아니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짧은 펜 모양의 바늘과 긴 주사기로 주사를 맞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는 곧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인슐린은 아플 때 며칠에 한 번이 아니라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다, 결국에는 환자 상태를 급속히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는 음식이나 옷처럼 환자의 기호로 선택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쯤 사라졌다고 다른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디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치료를 계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휴먼 인슐린 펜의 공급 안정화에 제약사와 정부 모두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이명숙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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