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10.15 19:32 수정 : 2012.10.15 19:32

5일치 오피니언면 ‘곽노현 생각’을 읽고

10월5일치 <한겨레> 세상읽기에 실린 ‘곽노현 생각’에서 글쓴이인 이계삼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은 ‘곽노현 사건’ 판결에 대해 법률가들이 시민이 선출한 권력을 ‘정치적 판단’으로 끌어내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곽노현 교육감이 건넨 돈에 ‘고의성’이 있다는 판단에 분노를 표출하는 글들은, 크게 세가지 지점에서 대법원 판결의 오류를 지적하며 그 판단이 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 대법원이 판결에서 피고인들의 목적 여부를 직접 심리하지 않은 채 기록만으로 직접 판단한 것, 금전 제공을 제안한 강경선 교수는 목적이 없었는데 그 제안을 실천한 곽 교육감에게는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 점,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 이전에 서둘러 선고하여 헌재의 위헌결정권을 침해한 점 등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곽 교육감에 대한 판결은 지나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의’와 ‘선의’를 구별하며 법적인 절차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 곽 교육감이 공직자로서 민감한 시기에 돈을 건넨 행위 자체가 비난받을 점이라는 것을 의식하는 게 먼저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한겨레21>의 특집기사 제목이 떠오른다. “세상에 ‘순수한’ 스폰서는 없다.”

관련 기사는 현행 형법과 새로 입법예고된 법안을 소개했다. 현행 형법상 뇌물수수죄는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공무원에 대해서만 처벌을 한다.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대가성을 인식하지 않았다면 처벌을 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대법원은 이른바 ‘스폰서검사’ 등을 비롯해 수많은 공무원의 뇌물수수 사건들을 무죄로 결론 냈다.

하지만 최근 부정청탁금지법이 입법예고되면서, 공직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자신의 직무와 무관하고 대가성이 없었다 하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수한 금품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쉽게 말해 공직자가 돈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공직자가 뇌물을 주고받는 문화는 잘못된 것이며, 그것이 고의인지 선의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직자가 돈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인 것을 강조한다고 읽을 수 있다. 기사에 덧붙인 인터뷰에서도 부정청탁금지법을 기획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은 “(공무원의) 직무수행은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국민에게 공정해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점을 이번 ‘곽노현 사건’에 적용한다면,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된 ‘곽 교육감을 목적범으로 보는 것이 자의적 해석이라는 것’은 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다. <한겨레21>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공직자가 금품,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공직자인 그가 다른 공직자에게 돈을 건넸고, 그 행위 자체가 대다수 국민에게는 ‘공정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위원은 자신의 칼럼에서 안철수와 박원순으로 대표되는 시민세력의 등장과 같은 정치지형 변화의 시작에는 곽 교육감의 ‘무상 급식 전투’라는 출발점이 있었다고 말한다. 글쓴이가 ‘선의’로 돈을 건네는 공직자인 곽 교육감에게 희망의 빛을 봤다면, 대다수 국민은 그와는 달리 평소 도덕성을 강조해 온 안철수 등에게서 희망의 빛을 찾으려는 듯 보인다. 곽 교육감에 대해 덤덤한 여론이 상처뿐인 ‘출발 주자’보다 결승테이프를 끊을 ‘마지막 주자’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정민경 홍익대 불문과 4학년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