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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7 19:32 수정 : 2012.10.17 19:32

엄영진 차의과학대 보건복지정보학과 교수

보육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정부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0~2살 어린이에게 무상보육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고, 정부는 0~2살에 대한 보육료 전액 지원은 소득하위계층 70%로 한정하겠다고 한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압력과 보육이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저출산의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치권의 승리가 예상된다.

무상보육이 정치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기되고 추진된 것은 대선이라는 정치적 요인도 있지만, 정부가 복지에 대한 장기적 정책대안과 재정 마련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사전에 제시하지 못해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에 압도당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의 하나가 복지이며, 역사적으로 서유럽 국가나 최근 일본의 경우 복지 확대를 선거 공약으로 내건 정당이 집권했다는 사실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적 결정에 의한 복지 확대는 필연적인 사실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복지는 재원을 정부가 주로 부담하는 국가보장 방식으로 갈 것이냐, 정부와 수혜자가 같이 부담하는 사회보험 방식을 채택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보며, 현재 정부 예산으로 실시하고 있는 보육도 사회보험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산과 보육을 사회보험으로 실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이를 통해 출산휴가와 보육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여성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법이 정한 권리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예산으로 보육을 실시할 경우 정부의 시혜라는 인식을 줄 수 있고, 법적 보장 미비로 현재 교사와 같은 일부 직종 근무 여성에게만 적용되고 있는 출산휴가와 보육을 전체 여성 대상자에게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출산과 보육의 재정을 보험료를 통해 조달함으로써 재원 확보의 영속성을 기할 수 있다. 출산과 보육을 전적으로 정부 예산에 의존하는 것은 정부 예산의 한계로 0~5살 어린이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의 실시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복지가 국가 부채를 증가시켜 현재의 남부 유럽국가처럼 국가 재정위기의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출산, 보육보험의 보험료는 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 건강보험료에 일정률을 부과하여 징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재원을 정부, 기업과 수혜자가 공동 부담함으로써 출산과 보육제도가 정부의 재정 상태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특히 지방정부의 재정 부족으로 인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보육비 부담에 따른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현재의 보육제도는 관리가 부실해 어린이집과 이용자 모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 보육 기피, 어린이집의 시설기준 미달과 추가 비용 청구 등의 문제가 있지만 정부가 이를 모두 파악하여 관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출산과 보육 보험의 관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관리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함으로써 보험료 부과와 징수, 어린이집과의 계약을 통한 보육사업의 합리적 관리가 가능하고, 관리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출산과 보육 보험 실시는 복지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출산과 보육의 재정을 국민, 기업 그리고 정부가 부담하고 자치적으로 관리 운영함으로써 정치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서유럽 국가에서 복지국가 실현을 총선이나 대선의 선거공약으로 내건 정당들이 정권을 잡았고, 우리나라도 복지가 정치의 최대 이슈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 복지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정권 획득을 위한 무분별한 복지 경쟁은 국가의 재정위기를 초래하여 최악의 경우 국가 부도 사태를 불러올 수 있고, 국가 재정 악화로 기존의 복지마저 축소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출산과 보육뿐 아니라 다른 복지정책도 장기적인 관점에 사회보험 방식으로 실시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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