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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22 19:36 수정 : 2012.10.22 19:36

10월27일 10만 촛불행진 동참을 호소하며

쳐다보기에도 아찔하다. 지상 25m 상공에 겨우 엉덩이 하나 걸칠 만한 나무판으로 의자를 만들고 새처럼 올라앉은 2명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외면하고 있는 현대차에 항의하는 투쟁의 일환으로 올라갔다. 한진중공업의 김진숙씨가 309일 동안 크레인 위에 올랐다가 내려온 지 1년도 채 안 돼서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철탑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안스레 올라앉은 그 자리가 이 나라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삶의 벼랑에 내몰린 사람들의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야만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서 하늘로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 하늘에 매달렸다가 그대로 추락해버리는 노동자의 현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새는 올라앉았다가 날개를 펴서 사뿐히 지상으로 내려앉기라도 하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그런 날개도 없지 않은가.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노동자는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900만명에 가깝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회용품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임금도 똑같은 노동을 하고도 정규직의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마다 않는 구직자가 널린 세상에서 회사 경영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위험한 노동에 으레 비정규직을 채용한다.

대선 후보들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유력 후보들이 말하는 비정규직 해법들이란 모두 경제민주화에 종속된 방식이다.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고, 사람으로 대우한다는 전제가 아니다. 워낙 양극화가 심각하다 보니 신경쓰지 않을 수 없어 내미는 정책들일 거라는 불신부터 깔고 보는 게 문제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도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해놓고는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고 손들어버렸음을 상기할 때, 대선 후보들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 약속을 못 미더워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 나섰다. ‘1000만 선언, 10만 촛불.’ 사실 가당치 않은 목표일 수 있지만 이 숫자가 모일 수 있다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싸이의 말춤에는 열광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재미없어 한다. 절규가 들리지 않거나 아니면 괴로우니까 외면하고 싶은 심리일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제안한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 비정규직 없는 학교, 비정규직 없는 병원, 비정규직 없는 관공서, 비정규직 없는 백화점 등을 만들자고. 우리 동네부터 비정규직을 없애자고. 맞다. 이렇게 아래로부터 이 문제에 대해 관심 갖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지금처럼 노동이 천시되고 노동자가 모멸당하는 그런 잘못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지 않을까.

대선 후보만 바라볼 게 아니라, 대법원의 판결조차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기업 경영주만 바라볼 게 아니라, 이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나설 때다. 우리의 삶터와 지역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없애는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갔으면 좋겠다. 10월27일,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서울광장을 싸이의 말춤 공연 때처럼 가득 메웠으면 좋겠다. 정말 대선판을 뒤흔들었으면 참 좋겠다. 거기서 노동스타일 춤을 추면서 비정규직 철폐의 함성을 목청껏 지르고 싶다. 10월27일, 우리 스스로 그런 판을 만들 때가 되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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