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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31 19:30 수정 : 2012.10.31 19:30

10월25일치 27면 ‘편집국에서-위험한 공약’을 읽고

이형세 경찰청 수사국 과장

지난 10월25일 <한겨레>는 ‘위험한 공약’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문재인 후보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발언과 행보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하였다. 검찰의 권한 분산을 위해 10만명의 방대한 인력과 정보력을 가진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였다. 경찰에 대해 과거에는 독재자의 하수인이었고 지금은 노조나 사회적 약자를 탄압하는 비리 조직으로 묘사하면서, 이런 경찰에 검찰권의 일부를 떼어주어 ‘공룡경찰’로 만드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하였다.

칼럼이 언급한 이경백 등 관련 사건은 사실 일부 경찰서에 국한된 과거의 일로서, 경찰이 스스로 관련자를 찾아내어 검찰에 수사자료를 제공함으로써 밝혀진 것이다. 자정을 위한 경찰의 노력과 혁신은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14개 규제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5위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다른 기관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평가에서 검찰은 11위를 하였다. 최근 3년간 중앙정부기관의 징계 현황에서도 경찰청과 법무부가 모두 0.9% 수준으로, 소위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등의 사례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누가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누가 더 잘하나를 따져 힘을 쪼개주는 방식으로 사법개혁을 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법제도는 한 나라의 민주주의 역사의 산물이며, 민주화 수준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시민혁명을 계기로 ‘규문주의’ 사법제도가 혁파되면서, 수사·기소·재판이 분리되어 오늘의 대륙법계 사법구조가 탄생하였다. 반대로, 뿌리 깊은 지방자치 정치체제 아래 통치수단의 일환으로 경찰권을 이용해온 영국은 지나친 경찰 중심 사법제도의 반성으로 기소검사제도를 통해 균형을 맞추고 있다.

1945년 연합국 군정총사령부가 잠시 일본을 통치하게 되었을 때, 주둔한 지 불과 1개월 남짓에 군국주의에 대한 개혁조처로 요구한 것이 바로 ‘검찰제도 개혁안 요강 20개 항목’이다. 당시 일본 경찰의 청렴도나 업무 수행능력, 인권의식 및 경찰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이 지금의 우리나라보다 더 높거나 나아서 그런 조처가 취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권이 오늘의 모습으로 확대된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였다. 5·16 이후 1961년에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영장신청에 대한 검사독점 조항이 헌법(제12조)에 삽입되었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제5공화국 첫해인 1981년에 만들어졌다. 반면, 문민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사법개혁과 수사권 조정이 주요 대선공약으로 논의되어 온 역사의 궤적을 볼 때, 수사권 조정은 민주주의의 역사적 소명이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일부 경찰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있고, 국민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100여년 전 식민통치의 일환으로 이 땅에 강제 이식된 검사지배적 수사구조가 지금도 인정될 이유는 아니다. 경찰을 바로 세우는 과제는 그것대로 계속하여 추진되어야 할 일이다. 100년이다! 이제는 제대로 바꾸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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