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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05 19:38 수정 : 2012.11.05 19:38

<한국방송>(KBS)에 있는 분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필자는 뉴스만큼은 <문화방송>(MBC) 팬이다. 밤 9시 ‘뉴스데스크’를 수십년 봐왔으니 그럴 만하다. 왜 ‘뉴스데스크’만 그토록 오래 봐왔는지, 하도 오래 보다 보니 관성이 되어버린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관습이 무섭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예전에 시청하던 그 ‘뉴스데스크’가 아닌데도 밤 9시면 어김없이 엠비시를 켜게 되니 말이다. 그 ‘무한 충성’이 놀랍고 신기하지만,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릴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결별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한 충성을 바친 골수팬으로서 일련의 엠비시 근황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리가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 지금 엠비시는 제정신이 아니다. 아니 벌써 오래전부터 그래 왔다. 직전 사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날 때부터 이미 예고되었던 일인 셈이다.

하긴 그 직전 사장도 제정신이 아니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쫓아낸 당의 공천으로 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으니 말이다. 당선되었더라면 많은 이들에게 ‘그래서였구나’ 하는 공감이라도 얻었을 텐데, 현실은 그 반대로 펼쳐졌다. 낙선되어 찌그러지는 운명을 자초했으니, 도대체 엠비시의 간판 격 뉴스 프로그램 앵커 출신이 맞나, 그런 의구심이 절로 생긴다.

그러나 그것은 엠비시를 떠난 뒤의 행적이니 더 따질 필요는 없겠다. 역시 엠비시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인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제18대 대통령후보 정강정책 방송연설’에서 엠비시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 전 ‘뉴스데스크’는 신경민 의원의 ‘막말’ 등 국회 활동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런 보도와 비판이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그렇더라도 “정권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장을 임명하여 방송을 장악하는 일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김재철 방지법’을 제정하겠다”는 신 의원의 말은 경청할 만하다.

‘김재철 방지법’이라고? 그렇다. 지금 엠비시가 제정신이 아닌 것은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사장을 임명한 정권은 요지부동인데, 엠비시 노조 등 구성원들은 그야말로 ‘직을 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방송사상 초유의 209일 파업이 단적인 예다.

그 과정에서 9명이 해고됐다. 파업을 끝내고 복귀한 노조원들에게도 정직, 전보, 대기발령, 교육명령 등 징계가 가해졌다. 교육명령이란 이름으로 기자, 피디(PD), 아나운서 등 100여명은 ‘엠비시아카데미’에서 요가와 요리 따위 교육을 받고 있다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더욱 놀라운 건 공영방송 엠비시가 그렇게 국제적 망신살이 뻗친 몰골인데도 대선 주자들의 관심 밖에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서 결자해지해야 맞을 일이지만, 특히 여당의 대선 주자가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지금처럼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삼 ‘인간의 도리’를 생각해본다. ‘사람이 지켜야 할 바른 길’을 가지 못하는 사장의 회사는 조만간 파탄 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지금 엠비시가 꼭 그 짝이다. 그냥 채널을 돌려 외면해버리면 그만인데, 그게 아니다. 엠비시는 그냥 회사가 아닌 국민이 주인이라 할 공영방송이어서다.

정말 답답한 것은 따로 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거친 지가 언젠데, 2012년 이 대명천지에 왜 이런 해괴한 일을 목격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그것이다. 엠비시를 어찌할꼬, 이래저래 역주행 시대인 이명박 정부에서의 씁쓸하거나 살풍경한 화두다.

장세진 전북 군산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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