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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KBS 사장 선임 어떻게 해야 하나 / 최진봉 |
현재 <한국방송>(KBS) 이사회는 오는 11월23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인규 사장의 후임 사장 인선을 위한 공모절차를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 공모절차가 야당 추천 이사들이 빠진 가운데 여당 추천 이사들만으로 진행되면서, 독단적이고 편향적인 반쪽짜리 절차로 전락했다. 야당에서 추천한 케이비에스 이사들이 사장 공모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현행 한국방송 사장 임명제도와 절차가 정부와 집권 여당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친정부 성향의 인사가 또다시 한국방송 사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케이비에스 사장은 케이비에스 이사회가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는데, 사실상 케이비에스 이사회가 친여 성향 인물 7명과 친야 성향의 인물 4명으로 구성돼 있어 이사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을 수 있는 친여 성향의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 케이비에스 사장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근본적으로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이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케이비에스가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공영방송 케이비에스의 사장 선임 제도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권의 영향력이 여과 없이 작용하는 현행 사장 선임 방식을 그대로 두고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또는 독립성과 관련된 어떤 논의도 아전인수 격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이다. 공영방송인 케이비에스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케이비에스 사장 선임권을 갖고 있는 케이비에스 이사진 구성에 현행처럼 여야가 7 대 4의 구조로 이사를 추천할 것이 아니라, 여야 동수로 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해 정부나 특정 정당이 사장 선임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케이비에스 사장 선임이 케이비에스 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뤄지도록 되어 있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를 고쳐 재적이사 3분의 2의 찬성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여 정부나 여당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일방적으로 사장에 선임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방송의 사회적 책임은 민주적인 여론형성과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있다. 방송이 이러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떠한 외부 세력과 권력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는 방송의 독립성이 필수요건이다. 따라서 케이비에스 사장은 공영방송의 최고경영자로서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케이비에스의 독립성과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국민의 시청료를 받아 방송국을 운영하는 케이비에스의 경우, 다른 어떤 방송사보다 더 수준 높은 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을 유지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 방송법 제44조에도 “한국방송공사(KBS)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실현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의 실현을 위해 공영방송 케이비에스는 반드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 케이비에스 사장은 특정 정당이나 정부의 입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인물이 선출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장 선출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사장을 선출하기 위해 여당 추천 케이비에스 이사들은 야당 추천 이사들이 요구하고 있는 특별다수제를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 수적 우세를 앞세워 또다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사장으로 세우려 한다면 공영방송 케이비에스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요, 방송을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으로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공영방송 케이비에스의 정치적 중립성 확립을 위해 새로운 케이비에스 사장은 반드시 여야 추천 이사들의 합의로 선출되어야 할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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