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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12 19:27 수정 : 2012.11.12 19:27

대통령 선거 투표시간 연장 여부를 놓고 여야간 논쟁이 뜨겁다. 양쪽은 찬반 주장의 근거로 주요 언론들이 기사화한 다른 나라들의 투표시간 사례를 종종 인용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재 주요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프랑스의 투표시간(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은 사실과 다르다.

프랑스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투표시간 유연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투표시간은 기본적으로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이지만,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행정 도지사가 투표 마감시간을 저녁 8시까지로 2시간 연장할 수 있다.

그래서 파리, 리옹, 릴, 마르세유, 보르도, 그르노블 등 프랑스의 주요 대도시에선 대부분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투표소를 운영한다. 반면 소도시와 농촌지역은 대부분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투표소가 운영된다. 대도시에 사는 시민들과 소도시·농촌에 사는 시민들의 일상생활 리듬과 투표 선호 시간대가 다르다는 현실을 제도에 충실히 반영한 결과다.

프랑스에서도 전국의 투표시간을 하나로 통일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저녁 6시에 먼저 투표가 끝난 곳의 출구조사 결과가 공표 금지 시간인 저녁 8시 이전에 유통되는 문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지금의 ‘투표시간 유연제’ 유지가 최선이라는 쪽으로 정치권과 학계의 의견이 모였다. 대도시에선 저녁 8시까지 연장된 2시간 동안 투표하는 시민들의 수가 적지 않았고, 소도시나 농촌지역에서는 투표시간을 연장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많지 않아서였다.

한국의 경우 새벽이나 밤늦게 투표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다양한 도시 생활리듬을 가진 젊은층의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하자는 주장에 분명 일리가 있다. 하지만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 농촌지역의 경우 일몰시간 이후 투표시간을 연장해도 현실적으로 투표율 제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도 타당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프랑스식 ‘투표시간 유연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정치권이 ‘모 아니면 도’ 식의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

윤석준 파리정치대학 유럽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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