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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12 19:27 수정 : 2012.11.12 19:27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는 선거뿐이다. 그런데 투표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1987년의 89.2%에서 2007년의 63%로, 국회의원 선거는 1992년의 71.9%에서 2012년의 54.2%로 떨어졌다. 20년 만에 26~17%가량 투표율이 하락한 것이다. 제19대 총선의 유권자 4000만명을 기준으로, 투표율이 20% 하락하면 약 800만명의 국민이 투표를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은 것이 된다.

왜 이렇게 많은 국민이 투표를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것일까? 정치에 무관심해서도, 성의가 없어서도 아니다. 생업에 종사하다 보니 투표시간 내에 투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서비스업 종사자, 직장인들은 투표를 하고 싶어도 투표를 하지 못한다. 투표시간이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여서 아침에는 출근하기 바쁘고, 퇴근한 뒤 투표하기에는 투표소가 너무 일찍 문을 닫는다. 공무원이 아닌 노동자들에게 선거일은 유급휴일이 아니어서 투표를 하려고 결근하면 하루치 임금을 받지 못한다. 주권자더러 일당을 포기하면서, 직장에서 눈치를 봐가며 투표를 하라고 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권자들의 직업이나 근무 형태가 다양하게 변했고 선거관리능력이 대폭 향상되었음에도 투표시간은 41년째 변동이 없다.

외국에서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투표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여 90%가 넘는 투표율을 자랑하고 있고, 일본은 투표 마감시간을 2시간 연장하여 투표율이 10% 이상 증가하였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32개주가 선거일 전에 조기투표를 실시하는데 짧게는 4일, 길게는 45일 동안 유권자는 누구나 조기투표를 할 수 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주말을 포함하여 여러 날에 걸쳐 투표하도록 하는 방법, 투표 지역을 확대하는 방법, 누구나 원하면 부재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투표시간 연장은 가장 간편하게 법을 개정하여 당장 시행할 수 있는 투표 독려 방법이다.

투표시간 연장 비용이 100억원이냐, 36억원이냐를 두고는 논란이 있다. 어느 쪽 계산이 맞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지난 총선 때 재외국민 223만명의 투표비용으로 293억원을 썼는데 내국인의 투표비용으로 100억원을 쓰는 것이 낭비인가 묻고 싶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홍보예산이 109억원인데, 유명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아무리 투표참여를 독려해도 투표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효과 없는 홍보보다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데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투표율 증가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을 제한하고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주권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다. 투표를 원하는 주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정치권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는 것이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3명 중 2명은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주권과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선거권이 중요하므로 국회는 선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투표시간 연장은 유권자들이 이기는 싸움이며, 결국은 도입될 것이다. 주권자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는 정치인은 거꾸로 주권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주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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