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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12 19:29 수정 : 2012.11.12 19:29

남의 떡이 커 보여서일까. 우리 앞에 매일 겪고 해결하기에 숨 가쁜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지구상에 대한민국을 부러워하는 나라들이 많다. 경제발전을 선망하는 나라들이야 그렇다 치고, 우리보다 잘사는 일본조차 우리를 부러워하는 것이 있다. 시민의 힘으로 정치민주화를 이뤄낸 경험, 헌법을 유린한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으로 보낸 우리의 저력이다.

요즈음의 상황만 해도 그렇다.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세 명의 유력 후보가 팽팽하게 경쟁하는 우리의 대통령 선거전을 일본 사람들은 무척 부러워한다. 그쪽은 차기 총리로 떠오르고 있는 세 사람,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 도지사,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모두가 보수 일색이니 말이다. 도대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대선전에 나서기를 망설이고 사양하던 두 사람이 국민의 요구로 불려 나와 유력 대선 후보가 되어 있는 현재 우리의 상황은 확실히 특이하다. 권력욕으로 무장한 정치꾼들의 진흙탕 싸움판에 때아닌 ‘착한 남자 전성시대’가 열렸으니 말이다. 두 사람은 낡은 정치로부터 새로운 정치로,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기에 자신이 더 적격이라며 경쟁하고 있다. 이 또한 남부러워할 만한 풍경 아닌가?

우리가 부닥쳐 있는 엄중한 문제들을 과소평가하려는 게 아니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세계 최저의 출산율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힘겨운지, 삶에 희망이 얼마나 보이지 않는지를 말해준다. ‘새로운 시대’는 그래서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엄중한 ‘시대적 사명’이다.

그런데, 새로운 시대란 무얼까? 두 야권 후보는 물론 여당 후보도 정치개혁,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를 말한다. 다 좋다. 다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새시대 아닌 구시대에도 마땅히 했어야 할 일들이 아닌가? 새시대란, 과거와는 전혀 달라지고 있는 사회환경, 지구환경에 대비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고도성장과 무한경쟁이 점점 더 자주 비틀거리는 것은 너무나 방자하고 비대해진 현대 문명과 현대 산업을 지구환경이 더는 지탱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본질적 조건을 무시한 채 약속하는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대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시대는 파산을 향해가는 ‘회색사회’에서 지속가능한 ‘녹색사회’로 이행하는 것이다.

녹색이란 말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에게 진짜 녹색, 초록의 중요성을 일깨운 반면교사였다. 극단적 토건사업인 4대강 공사를 통해 탈토건을, 막무가내 원전 확대 정책을 통해 탈핵의 필요성을 가르쳐 주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런 가르침을 조용히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전기 사용을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해 원전 1기 줄이기, 전임 시장이 오페라하우스를 지어 서울의 랜드마크로 삼으려던 노들섬에 벼농사 짓기, 밀어붙이기식 재개발 대신 마을 만들기 등은 모두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궤도 수정이라 하겠다.

대선 후보들도 다양한 녹색정책들을 내놓았다. 문재인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4대강의 재자연화와 국토 난개발 방지, 원전 확대정책 전면 재검토 등을 약속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도 10대 공약 안에 원전비중 축소, 생물다양성 확대, 폐기물 감축 등을 포함시켰다. 10대 공약에 환경 관련 정책을 담지 않은 박근혜 후보는 별도로 환경정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누구의 정책이 진짜 녹색, 초록에 가까운지, 진정성은 있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초록정책을 든든하게 뒷받침해 줄 일이다.

지영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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