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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대선 후보들은 대학입시 단순화 공약 더 내놔야 / 신동하 |
올해 입시에서도 어김없이 많은 수험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과도한 학습 노동에 내몰린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최근에는 입시 경쟁을 위한 사교육비 폭탄으로 ‘에듀푸어’라는 신조어까지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선 후보들이 입시제 단순화 공약들을 내걸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수시는 학생부 중심, 정시는 수능 위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수능·내신·특기적성·기회균형 전형으로,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수능·논술·내신·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단순화하되 기회균등선발 인원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입시제 단순화 안들은 공통적으로 한계가 있다. 현행 입시제도에는 철학적 배경과 측정 방식이 전혀 다른 세 유형, 수능·논술·입학사정관(특기적성 포함)이 병존하고 있는데, 이 유형 자체를 단일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물론 이러한 안들은 기존의 입시 전형에서 벗어나 한 전형당 하나의 방식으로만 입시를 치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기는 하다. 수험생이 자신에게 적합한 한가지 전형을 골라 준비한다면 부담도 덜뿐더러 다양한 방식으로 입시를 치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정도 개혁으로는 부족하다. 수능·논술·입학사정관(내신에 더해 스펙·서류까지) 모두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혹은 펜타곤)’이라는 상황 자체는 전혀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출한 분야가 있는 소수 학생을 뺀 나머지 대다수 학생은 ‘혹시나’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세 유형 모두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학교 현장의 실상이다.
또한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이 분리돼 입시 일정이 늘어지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 고3의 2학기 공교육(고교 교육과정의 6분의 1)은 정상적인 수업은 물론, 평일에도 종종 있는 대학별 고사들 때문에 출석 자체까지 문제가 될 만큼 파행으로 치닫는 상황이며, 수험생 입장에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전형 기간이 한 학기 동안 계속된다는 것은 대단히 가혹한 일이다.
따라서 여러 입시 유형 가운데 ‘하나만 잘해도 되니 고르라’는 ‘선택’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회적 성찰과 합의를 통해 사회 전체가 하나의 방식으로 일정한 시기에 입시를 치르게 하는 ‘입시안 단일화’가 필요하다. 이는 이 모든 것을 다 대비해 주어야 하는 학교가,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선택과 집중을 못해 제 기능을 못하던 문제를 해결하고 학교의 책무를 강화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 과정이 그저 입시 부담을 줄이는 데 급급해 입시 포퓰리즘으로 흘러서는 안 될 것이다. ‘입시안 단일화’는 교육과 학문의 본질에 충실한 가운데 21세기형 새로운 교육, 학교혁신의 밑그림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기존의 주입식 ‘암기력 테스트’를 넘어서는 미래역량 중심의 ‘참된 수월성’ 구현이 가능한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폭넓은 현장 교육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혼란과 부작용 예방대책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학벌 사회와 대학 서열화에 대한 근본적 수술 없이 ‘입시안 단일화’만으로는 과도한 입시 경쟁에서 초래되는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러 형태의 입시 전형들을 사실상 모두 준비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일부라도 경감한다는 현실적 의의는 작지 않을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이 임계점을 지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여 좀더 과감한 ‘입시안 단일화’를 정책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신동하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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