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냐면] ‘슈스케’와 두번의 눈물 / 정동훈 |
지난달 23일 금요일. 텔레비전에서 두번의 눈물을 볼 수 있었다. 첫번째는 이제 막 20살이 된 20대 청년의 눈물, 바로 <슈퍼스타케이4>의 주인공 로이 킴의 눈물이다. 요새 슈스케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많은 평가 속에서도 로이 킴과 딕펑스의 인기는 젊은 사람들에게 단연 최고다. 특히 로이 킴 하면 주위에 있는 여자 선후배들은 대부분 사족을 못 쓴다. 어디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보면 외모, 학벌, 돈 어느 것 하나 빠지는 데가 없는 엄친아인데 싫어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비록 남자지만 나도 로이 킴을 좋아한다. 질투가 아니고서야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훈훈한 이미지에 노래할 때의 진정성도 느껴지고, 요즘 가요계에서는 들을 수 없는 창법과 분위기, 무대매너 등 매력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딕펑스와 로이 킴은 이런 인기에 힘입어 사전 인터넷투표 결과 각각 33만4749표, 33만4733표로 합계 67만표라는 슈스케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를 했다. <슈퍼스타케이3>가 결승전에서 총 10만표였던 것에 비해 비약적인 증가다. 사전 투표가 이 정도이고 실제 우승자를 결정짓는 문자투표에는 더 많은 표가 모인다고 한다. 물론 나도 투표했다. 그래서일까. 우승자 발표에서 로이 킴의 이름이 호명되고, 그의 눈물을 보았을 때 저 감동적인 장면에 나 또한 한 표 ‘참여’하고 보탬이 되었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슈스케의 투표 수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과 비교하여 4·11 총선 투표율을 생각해보자. 54.3%라는 투표율이 나왔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투표율이 평균 70%대인 것에 비해 낮은 수치다. 스마트폰,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만들어지고 시민들이 자신의 정치적인 의견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형성된 정치에 대한 관심의 증가, 유명인사들의 투표율 공약, 나꼼수 열풍 등으로 높은 투표율을 예상했던 것에 비해 고작 54.3%에 그쳤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투표율만 놓고 본다면 슈스케에 대한 관심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정치에 대한 관심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슈스케와 정치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이 슈스케와 정치의 이러한 ‘관심’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슈스케에는 감동, 재미, 엄친아 등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은 데 반해 정치에는 기득권 다툼, 비리, 속임수, 국민의 믿음에 대한 배신 등 부정적 요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감동과 엄친아’라는 이 두가지 요소만 놓고 본다면 정치에서도 발견할 수가 있다. 바로 두번째 눈물의 주인공인 ‘안철수’다. 그도 돈, 학벌, 나름 훈훈한 외모, 게다가 착한 심성까지 빠지는 게 없는 엄친아다. 후보를 사퇴하면서 울먹이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안철수와 로이 킴의 다른 점이 있다면 로이 킴은 우리가 투표를 함으로써 감동을 공유할 수 있었고, 안철수는 우리가 아직 투표를 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감동을 얻었으니, 엄친아는 이제 무대 뒤로 퇴장했으니, 슈스케의 우승자가 로이 킴으로 정해지고 끝난 것처럼 우리도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면 되는 걸까? 평소처럼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계속 일관할 것인가? 안철수가 우리에게 주었던 눈물과 감동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가졌던 불신과 무관심을, 다시 믿음과 관심으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눈물을 잊지 말자. 그가 눈물을 보이면서까지 희생하며 얻으려 했던, 지키려 했던 가치와 약속은 무엇이었을까 각자 생각해보자.
슈스케는 끝났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한번의 투표가 더 남아 있다. 다시 한번 투표에 ‘참여’하고 감동을 공유하자. 슈스케처럼 돈(100원)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정동훈 중앙대 컴퓨터공학부 3학년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