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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노인 골다공증성 골절에 장기요양보험 혜택 주어져야 / 유현주 |
지난 5년간 어르신들께 가정 방문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로서 겨울철이면 반복해 일어나는 어르신들의 연약한 뼈 사고, 골다공증성 골절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요양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시다. 뼈와 근육, 관절이 모두 노화돼 퇴행성관절염이나 골다공증을 앓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이 심한 분들은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는데, 추위로 몸이 굳게 마련인 겨울에는 빙판길 낙상사고는 물론 심한 기침만 해도 크고 작은 골절이 일어난다.
지난해 겨울에 만난 박씨 어르신은 눈길에 가볍게 넘어졌는데 다리가 덜컥 부러졌다. 빙판길에 나가면 다칠까봐 무서워 두문불출하다가, 눈이 침침한 탓에 집 안 물건에 걸려 넘어져 두 군데의 뼈가 또 부러지고 말았다. 한번 골절을 겪은 노인은 엄청난 충격과 공포 속에 살아가게 된다. 그냥 부딪혔을 뿐인데 뼈가 마디마디 부러지는 경험은 당신 몸이 난생처음 겪는 일이 아니겠는가. 뼈가 또 부러질까봐 제대로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남들을 옆에 오지도 못하게 했던 어르신과 그 가족들에게 지난해 겨울은 글자 그대로 지옥이었다.
이처럼 골절로 인한 사망 위험에 시달리는 노인이 많다. 정부 통계를 찾아보니 50대 이상 여성 10명 가운데 4명이 골다공증을 앓는다고 한다. 흔해 보여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십상이지만, 50~60대와 달리 70~80대 노인들은 전신의 뼈가 허약해져 유리 인형과도 같은 상태다. 실제로 어르신들을 돌볼 때 팔다리를 잡거나 주물러 드리기도 어렵다. 극도로 약해진 뼈는 가볍게 잡아도 부러지기 쉬워서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음식을 잘 드시지도 못할뿐더러 잘 드신다 해도 영양보충으로 뼈가 다시 튼튼해지기는 어려운 연세다.
골절된 몸으로 골절 공포에 시달리며 가족이나 요양보호사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조차 가지 못해 괴로워하는 어르신들을 현장에서 만날 때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적절한 치료도 못 받고 골절에 따른 고통만 더욱 악화돼가는 점이다. 또한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은 커지고, 기존 요양서비스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최근 골다공증성 골절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1조500억원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옆에서 겪어보면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렇게 심각한 골다공증성 골절의 위험과 공포에 대해서 이제 선진적인 치료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노인들은 치료를 받고 있으나 70대 이상 급격한 쇠약기에 접어든 어르신들의 치료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병원에서도 특별한 치료 없이 그저 요양을 하게 한다. 반면 고령화 사회로 이미 접어든 선진 외국에서는 골절 위험을 줄이는 치료가 보편화돼 있다고 들었다.
어르신들이 안전한 골절 치료를 받고 요양서비스로 연계되었으면 한다. 뼈가 조금이라도 튼튼할 때 어르신들이 장기요양보험에 연계되어 돌봄을 받고 골절 공포를 벗어나 몸도 마음도 활기찬 노년을 즐기실 수 있기를 바란다. 노년의 골다공증과 골절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유현주 요양보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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