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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난감하고 씁쓸한 교원평가 / 김효숙 |
연말이 되니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문자가 온다. “교원능력개발평가 기간입니다. 하반기 교육수요자 만족도 조사 기간입니다. 꼭 참여 부탁드립니다.”
어찌 보면 참 중요한 일이다. 아니 우리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데 어떤 선생님들에게,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지 평가하는 것은 학부모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꼴찌 학부모인지는 몰라도 평가지를 볼 때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평가를 하며 또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난감하기 그지없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그래도 담임선생님이 거의 모든 지도를 하시니 평가하는 것이 그리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도 교장·교감 선생님이나 급식실의 영양사 선생님, 양호실의 보건 선생님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봄에 실시하는 총회에 참석해 담임선생님을 잠깐 보았을 뿐 다른 교과 선생님들에 대해선 아는 게 전무했다. 그러니 가끔 아이한테 듣는 선생님과 수업시간 이야기가 학교에 대한 정보의 전부일 뿐이었다. 더욱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이야기마저 점점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더 심각한 데 있다. 학과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정말 좋다고 평가를 해야만 우수학교니 최우수학교니 하는 명예를 얻고 교육청에서 지원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지원금으로 시설도 늘리고 아이들에게 좀더 다양한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도 한다.
애초 이 평가제도는 학생과 학부모도 교육에 참여하는 주체가 되어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고 선생님의 자질도 개선하려는 의도에서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부모가 자신이 주는 최우수 평가로 인해 자식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다는데도 혹독한 비판을 할 수 있겠는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생님, 어쩌다 스치듯 마주친 선생님, 또는 그저 한두 번 상담해 보고 선생님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좋은 평가 결과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기에 매우 훌륭하다고, 아이들 말로 한 줄로 기둥 세우기를 하고 나면 참으로 씁쓸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도입되어도 그것이 어떻게 운용되는가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평가를 원하기보다 제대로 된 비판을 받을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학교 교육이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우수학교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해도 아침에 책가방 메고 집을 나서는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없고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애처로운 표정이 어린다면 그 학교를 과연 최우수학교라고 할 수 있을까?
건물이 커지고 외양이 화려해진다고, 다양한 방과후 수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해서 꼭 좋은 학교라고 할 수는 없다. 학교간 서열을 매기는 것 자체가 선생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겉으로 드러나는 최우수학교 말고 아이들 입에서 ‘우리 학교는 짱이야!’, ‘학교가 참 좋아!’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수 있게 하는 그런 학교가 진짜로 좋은 학교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효숙 인천시 부평구 부개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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