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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12 18:50 수정 : 2012.12.12 18:50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입시 수시전형(수시) 합격자 발표가 돌아왔다. 아직 합격을 하지 못한 학생들은 주위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합격소식을 듣고 상실감과 초조함을 달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입시에 수시가 생긴 것은 제7차 교육과정부터다. 수시는 진보적인 교육정책을 펼치겠다는 목적으로 미국의 대학입시를 모방하여 도입한 제도다. 대학의 자율 선발권 부여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단순히 학력고사 점수에 의하지 않고 생활기록부와 면접, 논술 등을 통해 우수한 학생들을 대학이 모집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겠다는 취지였다. 대학의 입장에선 어느 정도 전형 자율권을 갖게 되어 만족스러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를 준비하는 학생이나 부모 입장에선 너무나 혼란스러워 정신적, 물질적인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4년제 대학들이 수시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비율은 해마다 늘어, 이젠 전체 인원의 60~80%에 다다를 정도가 되었으니 학생들은 정시 모집만 바라보고 마음 편히 수능 준비를 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 특기에 따라 가장 알맞은 수시를 준비하면 된다고 하지만, 대학 진학에 ‘일생’을 걸어야 하는 우리 교육현실과는 이미 동떨어진 얘기가 되고 말았다.

현재 대학들이 실시하는 수시는 입학사정관형, 논술형,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형, 특기자형 등으로 다양하다. 대학마다 전형도 다르고 그 이름도 제각각인데다 전형별로 요구하는 조건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각 대학의 입시정보를 모아보면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판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3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의 수시전형의 개수가 2105개나 된다. 유형은 이렇게 다양한데 각 전형의 선발 인원은 매우 적어 어느 한가지 전형에만 맞춰 준비한다는 것은 거의 도박에 가까운 일이 된다.

전형이 너무 많고 다양하다 보니 각각의 정보를 스스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모와 학생들은 상담기관을 찾게 되고, 당연히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교사들도 입장이 각기 다른 제자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이런 교사들을 불신하는 학생들은 다시 외부 사설기관을 찾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또 학생들은 고교 입학 이전부터 소위 ‘스펙’이라는 것을 쌓기 위해 밤낮없이 시간과 비용을 쓰게 되고, 학부모들도 이를 뒷바라지하느라 엄청난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전형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니 반칙이 난무하고 해마다 부정입학 문제가 사회를 시끄럽게 한다. 한 예로, 개인 포트폴리오 전형에서 부모가 만들어준 허위 스펙을 제출해 합격하고 특기자 전형에서는 수상경력이나 공인점수 등을 조작하여 제출하는 사례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올해도 서울대·고려대 등 여러 대학의 재외국민 특별전형과 농어촌 전형에서 입학 취소된 학생이 수십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적발도 입학 당시가 아니라 뒤늦게 내부 고발로 1학기가 지난 이후에나 밝혀져, 스스로 열심히 스펙을 쌓은 학생들은 입학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사례가 나온다.

우리나라 고교 교육은 이미 평준화가 아니다. 수많은 특목고가 있고, 서울과 지방의 학력편차는 심각하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대학들은 좋은 학생을 뽑는다며 특목고생들을 위한 교묘한 선발기준을 만들고 있다. 정부에서 이를 방지하려고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지책이 특목고나 수도권 학생들에게는 역차별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학교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인 내신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학교별로 각기 시행하는 각종 시험을 1년에 2차례 전국 학력평가로 대신 실시하고, 이 결과로 내신과 수능을 대체하는 것이 공정할 것이다. 그리고 전공별 적용과목 비중, 학년별 성적 적용 비중, 학생부 평가 기준 등을 대학이 자율로 정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시험은 정부가 주관하고 선발기준은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이 대안이 아닐까? 또한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는 극소수의 인재를 발굴·육성하기 위한 방안도 정원의 1~2% 선에서 대학이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수시 위주의 현행 입시제도는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정우희 서울시 서초구 반포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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