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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멘붕’에 빠진 20대에게 / 강주성 |
정치는 현실이다. 투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임기는 한정돼 있다. 5년 동안 자신이 제시한 공약을 이행하는 것조차 버겁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표를 던진 많은 유권자의 이익을 충족시켜주기란 불가능하다. 이렇게 우리가 채택하고, 또 사용하고 있는 민주주의 제도, 정치, 투표라는 수단은 역설적으로 한꺼번에 많은 걸 바꾸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일거에 많은 것을 개혁하고 이뤄낼 수 있다면 그것은 혁명이나 독재이지 정치가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와 투표 등의 이런 현실적인 특성은 거의 매몰되다시피 했다. 새로운 대안 안철수와 기존 정치인과는 달랐던 문재인에게 20대는 열광했다. 인터넷에선, 유권자의 소중한 표 한장 한장이 모이고 모이면 언론에서 말하는 ‘선거혁명’이 일어날 것이란 분위기가 만연했다.
그러나 그 결말은 지금과 같다. 냉소, 회의, 분노의 확산. 원하는 게 크면 클수록, 의도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도 커지는 법이다. 물론, 투표는 현대 민주주의의 성립 기반이며, 따라서 매우 중요한 것임이 분명하다. 정치는 논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투표의 중요성과 이를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다른 층위의 문제다. 요컨대 지금의 20대에게는 정치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현실정치에 대한 차가운 이해가 필요하다.
여기저기서 ‘멘붕’이란 소리가 들려온다. 20대 젊은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말 그대로 ‘멘탈 붕괴’를 경험했다. 이들은 여당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50대 장년층과 60~70대 노년층에 실망한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현명하지 못한 행태라고 장년층과 노년층을 비난하기까지 한다. 이제는 정치에 관심을 끊을 것이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쉽게 객관화할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대선 결과에 좌절하고 실망한 젊은 유권자들을 다루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이게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같은 20대로서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살다 보면 실패는 언제나 있는 것이다. 모든 유권자가 동일한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한 패배는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멘붕’할 것인가? 아니면 실패를 발판 삼아 전진할 수 있는 차가운 이성과 역량을 기를 것인가? 답은 당연해 보인다.
강주성 대학생·충북 청원군 내수읍 내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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