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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민주당은 해체로 속죄하라 / 배용진 |
새 시대를 갈망하다 절망을 안고 쓰러져 울부짖는, 저 수많은 젊은이들의 살기가 도는 증오를 한 사람의 잘못으로 부족했노라 고개 숙여 삭일 일이던가? 팔질 농부가 피눈물을 참고 우리의 미래를 위로하고자 이 글을 쓰고 있다.
흔히들 선거는 덜 나쁜 사람을 선택하는 정치적 행사라고 한다. 그래도 우리의 정치의식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이번 대선에서 확실히 노출되었다. 보수에는 관대하고 진보에는 채찍을 휘두르는 그 원인을 찾아서 근본적인 치유를 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이번 선거에 불거진 현대판 부정선거 국가정보기관의 개입설 이런 현실에 관대한 국민들에게 묻는다. 이런 일이 진보진영 집권하에 있었다면 어떤 반응을 했을까? 5·16은 불가피했고 인혁당 사건은 역사에 맡기자고 했다. 권력이 국민의 재산을 약탈해도, 국가권력이 불법사찰로 한 개인을 사지로 밀어 넣어도 보수가 하는 일에는 관대하다. 진보가 말하는 공약은 그 내용을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현실성을 잃고 두루뭉수리로 듣기 좋게 이야기하는 보수의 공약에는 박수를 친다.
이번 공약 가운데 일자리 문제는 진보 쪽이 가장 현실적이어서 젊은이들이 열광할 만했다. 일자리 문제는 우리만 당하는 고통은 아니다. 전세계가 고민하는 문제다. 모든 산업에서 자동화 시설이 엄청나게 인력을 대신하니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독일에서와 같이 국가가 기업을 지원하고 시간을 단축하여 자리를 더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고통을 서로 나누자는 것이다. 기업은 연간 총수익이 천문학적인 수치로 치솟는데 좀 나누고 더불어 살자는 것이 이윤추구의 자본주의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국가권력은 무엇하러 존재하는 것인가.
야당이, 민주당이 얼마나 국민을 실망시켰으면 이 지경에 왔을까? 대선 패배의 책임론은 접어라. 아예 이참에 당을 해체하고 다선 의원, 고령 의원, 지탄을 받은 관료 출신 의원,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가라. 그곳에서 힘 닿는 대로 농사지으면서 그간 잘못된 정치로 농민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살았으며, 왜 농촌이 텅 비어 공동화가 되는 것인지를 직접 체험하여 젊은 후배 의원들에게 소상하게 전하라. 그것이 속죄가 될 수도 있다. 많은 국민이 다시 진보의 자성과 성찰을 주시하게 할 수 있다.
미래가 있는 의원들은 당분간 무소속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새 정치를 갈망하는 시민연대와 힘을 합하여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그것만이 이번 대선의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바른 태도다.
그렇지 않고 만약 책임론으로 핏대를 세우고 희생양을 찾는 데 혈안이 되는 모습을 다시 보인다면 국민은 좋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치와 국민의 정치의식은 점점 퇴행하고, 경제는 차츰 성장하는데 우리 사회는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가 균형을 잃은 기형적 사회가 되고 만다. 결국은 경제 양극화의 극심화, 불안한 사회, 병리적 사회현상의 확산으로 이어지면 집권 세력의 책임이 아니다.
국민에게 정치적 신뢰를 잃어버린 민주당에 더 많은 책임이 있기 때문에 해체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배용진 경북 청송군 부남면 감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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