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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고소득층에게도 복지국가가 필요할까? / 김해식 |
이번 대선에서 복지는 경제민주화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정책 분야였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복지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 이 복지는 우리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걸까요? 저소득층은 당연히 혜택을 받겠지만, 고소득층은 어떨까요?
제가 살고 있는 핀란드의 복지 및 복지 재원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핀란드는 복지국가로 유명합니다. 의료비·실업수당·교육비·연금 등 모든 부분에서 국가가 수준 높은 복지를 지원하고 있으며, 그 재원은 높은 세금, 특히 고소득층에 대한 높은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세는 최대 60%이고, 교통 범칙금도 연봉에 비례해 냅니다. 같은 잘못을 해도 고소득자가 저소득층보다 더 많은 범칙금을 내게 됩니다. 심지어 아이를 공립 유치원에 똑같이 보내도 고소득자는 연봉에 비례해 유치원비를 내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그럼 고소득층에겐 어떤 혜택이 돌아갈까요? 그건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사회적 안정이라는 기회비용. 범죄율이 낮고 서로 신뢰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커다란 장점 중 하나일 겁니다. 그래서 사설 경비업체에 보안을 맡길 필요도 없고, 차를 아무 데나 세워놓아도 안전합니다. 또 어느 빌딩을 들어가도 옷걸이가 복도 한쪽에 놓여 있고, 도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처음엔 무척 낯설었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 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둘째는 만일에 대비한 보험. 고소득층은 많은 세금을 내는 대신 실직하면 더 많은 실업수당을, 퇴직하면 더 많은 퇴직연금을 받게 됩니다. 또 의료비·교육비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저축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적은 혜택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지도층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며 느끼는 자부심은 또다른 혜택일 것입니다.
지난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두 후보 모두 복지의 수준을 높이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많은 이들의 실망을 불러왔던 것을 기억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말씀한 예산의 비효율 축소, 지하경제 축소 등을 통해 매년 27조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 외에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예산을 확보해 복지국가를 실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김해식 핀란드 오울루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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