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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02 19:30 수정 : 2013.01.02 19:30

지난해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3 대입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 설명을 듣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12월27일로 2013학년도 대입 정시 원서 접수가 끝났다. 11월28일에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이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치렀을 한달간의 ‘전쟁’이 이제 끝난 것이다. 매년 정시 원서 지원을 돕다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입시예측서비스라는 외줄에 의지해 끝없는 눈치작전을 강요하는 이런 제도는 누가 만든 것인가?” 현재의 정시제도는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

먼저 본론을 말하기에 앞서, 잘못된 이상론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학생을 점수에 따라 “일렬로 줄 세우는” 정시를 아예 폐지하자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수시로만 학생을 모집하자는 것인데, 나는 겉보기와 달리 수시가 훨씬 불평등한 제도라고 본다. 신문에나 나오는 ‘개천에서 나온 용’의 감동 스토리는 드물기 때문에 신문에 나는 것이다.

‘대학의 서열화’를 배격해 수능점수제를 폐지하자는 얘기도 마찬가지다. 과거 참여정부 때 수능점수를 폐지하고 1~9등급만 표기하는 등급제를 했다가 1년 만에 철회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1점 차로 당락이 갈리는 제도가 불합리하다면, 단 1점 차로 한 등급이 떨어지는 제도는 합리적인가? 합리성도 공정성도 없는 등급제는 그 이듬해에 엄청난 재수생을 양산했다.

수능을 ‘자격고사’로 하자는 사람도 있다. 아마 그렇게 되면 본고사가 부활할 것이다. 지금은 ‘논술’이라는 위장된 이름으로 주로 수시에서 본고사가 실시되고 있지만, 수능이 ‘합격/불합격’만 가리게 되면 본고사가 정시의 기본이 될 것이다.

대입제도를 바꾸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거창한 이상을 배제하면 제도 개선의 대원칙이 분명하게 세워진다. 그것은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고 학부모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그걸 위해선 정시를 다음과 같이 바꿔야 한다고 나는 주장한다.

첫째, 수능 원서 접수를 지금보다 약간 늦춰 9월 모의평가 직후로 하고, 수능 원서 접수와 정시 지원을 함께하도록 한다. 즉 일정을 간소화하고 수능 이전에 정시에 지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점수로 어디를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한달 동안 넣어보고, 물어보고, 며칠 동안 시간별 접수 경쟁률을 체크해야 하는 ‘고문’은 사라져야 한다. 선지원이 눈치작전을 근절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과 같은 ‘수능 이후 지원’보다는 그 정도와 기간을 크게 줄여주게 될 것이다. 3회 지원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금방 소신-적정-안정의 구도로 지원서를 쓰는 분위기를 정착시킬 수 있다.

둘째, 정시 가나다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상위권 대학이 가>나>다 순으로 편중되게 인원이 배치되어 있어 다>나>가 순으로 엄청난 미등록자가 발생한다. 예컨대 2012 서울시립대는 나군 최초합격자의 20%, 다군 최초합격자의 90% 이상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수험생들은 가나다군의 유불리를 따지느라 머리가 터지는데, 정작 분할모집의 사회적 이익은 거의 없다.

셋째, 대학의 모집 단위를 최소한 정시에는 거대 학부군으로 바꾸어야 한다. 인문계라면 인문학부와 사회과학부로만 나누고(일부 학교는 이미 실시), 공대라면 화학관련 공학부, 생물관련 공학부, 물리관련 공학부 등으로 모집해야 한다. 왜냐하면 선지원 제도를 실시할 때 모집단위가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으면 지원 상황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고, 실제 수험생들은 학과의 차이를 모른다. 대학 1년 동안 학부 내의 다양한 학과를 경험하고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옳다. 또 모집인원이 많을 때 지원자는 맘이 편하다. 정시 일반선발의 내신 ‘실질’ 반영률을 높이도록 교육과학기술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 사립대들은 대부분 내신 반영률이 50%라고 말하지만 실질반영률은 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사고 제도 아래에서 갈수록 양극화되어 가는 고등학교의 현실을 타개해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찬휘 대성티치미 입시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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