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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선거결과 불복 유감 / 문병길 |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선거 결과에 만족하는 분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기초는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근거 없는 개표부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도 지금과 유사한 이유로 선거소송이 제기되어 대법원이 1100만표의 투표지를 검증한 결과 의미 없는 오차만이 확인되자 해당 정당이 사과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투표지 검증을 통해 개표 결과의 정확성을 입증하고 싶지만 법적으로 요건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 선관위가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대해 국내에서 홍역을 치르는 것과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우리의 선거제도와 경험을 배우기 위해 후발 민주주의 국가들의 선거 관계자들이 빈번하게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5개국 30여명의 외국 선거 관계자가 방한해 서울 송파구의 개표 현장을 참관하면서 그 정확성과 신속성에 감탄한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 스스로만 평가절하 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이번 대선에서 선관위는 소모적인 의혹 제기를 원천 방지하고자 강화플라스틱 투표함 사용, 투표함에 전자칩 부착, 특수봉인지 사용 등의 조처를 취했고, 개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더욱 철저하게 확보하고자 개표참관인을 법적으로 허용된 수보다 늘리기도 했다.
개표 과정상 투표지는 투표지 분류기를 통해 후보자별로 구분되고, 이를 심사집계부에서 개표사무원이 직접 육안으로 확인한 뒤 재차 모든 위원들이 육안으로 검열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이 모든 과정을 개표참관인이 감시한다. 최소한의 상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개표 결과의 조작이란 전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수만명의 개표사무원과 정당들이 추천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또한 공정하고 정확한 개표의 산증인들이다. 근거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며 개표부정을 주장하는 것은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개표 사무를 수행한 분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 투표지 분류기 사용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제178조(개표의 진행) 제4항의 위임에 의하여 공직선거관리규칙 제99조(개표의 진행 등) 제3항에 근거한 것이고 심사·집계부의 육안에 의한 확인·심사를 보조하는 기계장치에 해당한다고 이미 결정한 바 있다.
우리 선관위는 이번 대선이야말로 1948년 제헌의원 선거 이래 가장 공정하고 정확하게 관리된 선거였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표에 부정이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 의혹 제기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객관적 근거가 전혀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 결과를 부인하고 선거관리기관을 폄훼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서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국민 화합과 국가 발전을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문병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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