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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09 19:18 수정 : 2013.01.09 19:18

2007년 제주도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국방부는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로 제주도 남쪽의 강정마을을 선정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실시한 마을 주민투표에서 전체 주민의 70% 이상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으며, 이후 현재까지 기지반대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있어 갈등의 본질은 정책의 정당성을 결여한 국책사업의 무리한 추진에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안보 관련 국책사업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었다. 정부의 결정이 곧 국(공)익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 변화를 경험하며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국익인가에 관한 의문의 제기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평가하는 잣대가 된 듯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왜 제주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며, 기지 입지로서 강정마을이어야 하는지 충분한 논증 없이 절차를 추진했다.

정당성 결여의 내용을 보면, 먼저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충분한 토론과 절차적 동의가 경시되었다. 둘째, 해군기지로서 강정 해안의 입지조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셋째, 보존가치가 각별한 자연환경과 천연기념물 서식 생태지역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중 양대 국가의 향후 예견되는 갈등에 군사적으로 휘말릴 수 있는 개연성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였다. 해군은 기지 건설을 통해 남방 해상수송로를 보호하고 국가안보를 확보한다는 추상적인 목표만을 반복해 강조할 뿐이다.

갈등의 배경을 떠나, 이로 인해 지역과 그 주민들이 지급하고 있는 직간접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무엇보다 해군기지 문제는 주민들과 공동체의 관계를 붕괴시켰다. 이웃과의 관계는 모두 기지 건설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낙인으로 대체되었다. 주민들은 분리되고 반목이 시작된 것이다. 강정마을의 참담한 사태와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 출구를 찾아야 할 때다. 새 정부는 국민통합 차원에서 해군기지 갈등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제도적 차원의 해결 시도를 제안한다. 현재 대통령 소속의 사회통합위원회나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 등 갈등 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비록 안보 관련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갈등 정도의 중대성에 비추어 정부 주도하에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적극적 활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국방과 관련된 민감한 국책사업의 경우 대안적 갈등해결(ADR)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것도 사실이나, 당사자 위주의 근본적인 해결을 추구할 수 있는 중재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주해군기지와 같이 당사자 간 직접적인 대화가 힘들 때 전문가의 지원은 효과적일 수 있다. 중재 전문가는 적극적인 찬반 의견의 청취 및 수렴, 사실관계 확인 등을 동원하여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새 정부는 주민들에 대한 ‘감정적 지불’(emotional payment)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갈등이 장기화되고, 일방이 막다른 골목이라 판단하는 경우 당사자들의 이성적 태도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갈등 상황이 6년째로 접어들며 주민들은 무더기 연행과 벌금형 그리고 소송비용으로 극한적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2010년 이후 해군기지와 관련해 체포된 인원만 492명(2012년 8월 기준)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공사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형사재판을 고려하면 주민들과 반대활동가들이 부담해야 할 벌금액만 2억~3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통계는 그들의 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점에서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필요할 경우 사과를 해서라도 이를 보살필 필요가 있다. 이는 합리적인 대화의 전제가 된다. 주민들의 누적된 감정이 배출될 수 있는 여건과 통로를 제공해 주는 것이 갈등해결에 있어 정부의 우선적 과제라 할 수 있겠다. 상생 통합의 해법을 통한 대통령 당선인과 새 정부의 산뜻한 출범을 기대한다. 3

이경원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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