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카우치는 딱 걸렸다. 왜? 의식적이고 의도적이지 않아도 그들은 우리 사회가 이미 얼마나 섹스화되어 있는지를, 동시에 이 사실을 은폐하고 살고 있다는 이중성을 너무나 솔직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와 아인스타인이 나눈 편지교환에서 전쟁의 잔혹성에 대해 놀라와하는 아인스타인에게 프로이드가 말한다. 인간은 원래 원시인인데, 그 동안 문화가 쌓여서 이 원시성이 덮였을 뿐이지 없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에서 다시 노출된다고. 요즘 카우치 성기 노출에 대한 논쟁이 계속 치열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윤리와 도덕을 경배하는 신사들이 원죄를 발견한 것처럼 악마의 탄생을 예언했다. 충격을 받은 지식인들과 진보진영은 정신을 차려서 편협한 시각을 넓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양상까지 고려해서 설명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핵심적인 것은 여전히 놓치고 있다. 물론 성기노출은 좋은지 나쁜지, 성희롱인지 미술인지, 신세대 나름의 표현방식인지 단지 과잉행위인지 등등은 역시 논쟁할만한 문제들이지만, 이 사건과 사건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왜 그리 조용한지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 내 궁금증이며 이 글을 쓴 동기다. 인디밴드의 백댄서들의 동기가 상업적인 것인지 그냥 장난을 치려고 한 것인지를 떠나서, 그들은 성기노출로 사회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즉, 일정한 장소와 시간에서의 성기노출, 즉 ‘성욕을 일으키거나 만족하게 하는 행위’ 혹은 ‘공연음란죄’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바로 그 사회적인 터부를 위반하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사회 규칙의 위반이기 때문이다. 법률과 여론이 사회의 규칙을 지킨다. 이 사회 규칙이 정상과 비정상을 분류한다. 성기노출은 비정상이기 때문에 비판 받아 마땅하다는 식이다. 하지만, 반면에 보아, 쥬얼리, 렉시, 이효리, 전지현 등등과 같은 특히 많은 여성 연예인들이 무대에서나 텔레비전 광고에서 보여주는 ‘행위예술’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멋있다’, ‘이쁘다’, ‘섹시하다’, ‘여성스럽다’ 등? 특히 여성 연예인들의 ‘무기’는 바로 소위 ‘섹시함’(왜냐하면, ‘섹스’가 잘 팔리니까!)인데, 이것은 성적인 행위를 연상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굳이 그렇게 따지자면 그(성기노출과 같은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행동이다. 왜냐하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즉, 남성댄서 두 명 사이에 ‘섹시하게’ 춤추는 여성 가수 (쥬얼리), 휴대전화기를 들고 좁은 골목에서 유혹하는 이효리나 클럽에서 완전히 ‘풀린’ 상태에서 옷광고 찍는 전지현 등, 허용된 행위로서 ‘멋있다’라는 중립적인 표현과 거의 동의어로 쓰이는 ‘섹시하다’라는 말로 미화되며 과소평가된 이런 행동들이 시청자나 관객들의 무의식 속으로 훨씬 더 효과적으로 녹여 든다. 왜냐하면, ‘성적’이지 않고 ‘멋있기’ 때문에 도덕/윤리 통제시스템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섹스’가 왜 그리 잘 ‘팔리냐’하면, 바로 ‘성욕을 일으키거나 만족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카우치는 딱 걸렸다. 왜? 의식적이고 의도적이지 않아도 그들은 우리 사회가 이미 얼마나 섹스화되어 있는지를, 동시에 이 사실을 은폐하고 살고 있다는 이중성을 너무나 솔직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즉, 그 백댄서가 아니라, 우리야말로 딱 걸린 것이다. 그 고추 달랑 하나에. 그래서 소금을 뿌린듯한 이 사건 때문에 이것을 보고 있는 우리가 너무 창피해서 우리의 약점을 감추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위험하다. 성상품화가 널리 퍼져 있는 현상인데, 이에 대한 비판도 존재하지만, 성매매, (여)성차별, 성중독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바로 이렇게 포착하기 어려운 ‘음란’을 도마 위에 올려야 된다.하네스 모슬러/독일인·서울대 정치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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