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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21 19:38 수정 : 2013.01.21 19:38

새누리당은 최근 쌍용차 노사가 무급휴직자 455명의 전원 복직에 합의하는 등 상황이 달라진 점을 들어 쌍용차 국정조사 요구를 야당의 정치공세로 비난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듯 쌍용차 기업노조(위원장 김규한)도 성명을 통해 국정조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권당이 국정조사 거부의 주된 이유로 삼고 있는 쌍용차와 기업노조 간의 무급휴직자 복직 합의를 쌍용차 사태 해결의 단초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무급휴직자 복직 합의는 그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2009년 8월6일 당시 노사가 합의(이하 8·6합의)한 내용 가운데 일부를 2년 반가량이나 지연시켜 이행한 것, 그 이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도리어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남기고 있다.

첫째, 절차적으로 볼 때 무급휴직자 복직 문제는 쌍용차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이의 8·6합의에 따른 것이었으나, 무급휴직자 복직 합의는 정작 합의 당사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를 배제하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8·6합의뿐만 아니라 누구보다도 가장 절실하게 무급휴직자 등을 포함한 ‘쫓겨난’ 노동자들의 복직 문제를 요구해왔던 주체이자 당사자라는 점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합의의 주체에서 제외된 것은 이번 합의의 중요한 흠결이다.

또 내용적으로 볼 때에도 이번 무급휴직자 합의에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정리해고 노동자 159명과 희망퇴직자 1904명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이들 또한 잘못된 정부 정책과 경영진의 과오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회사 밖으로 내몰리게 된 한솥밥 동료들이건만 오히려 이번 합의를 통해 이들의 복직 문제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자 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작 합의가 필요한 정리해고자 등에 대해 침묵하면서 8·6합의의 이행일 뿐인 무급휴직자 복직합의가 어떻게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해결이고 국정조사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새누리당은 답변해야 한다.

둘째, 무급휴직자 복직 합의가 발표되었을 때, 다수의 시민사회단체는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쌍용차 정리해고와 국가폭력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미리 경계한 바 있다. 국정조사 요구는 지난해 9월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쌍용차 청문회 결과, 쌍용차의 정리해고 요건 조작 의혹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데서 나온 당연한 결론이었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대선 직전 두 차례에 걸쳐 당의 공식적인 방침으로 ‘대선 직후 첫 국회에서 실시하겠다’고 한 대국민 약속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미 사회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쌍용차의 회계장부 조작 및 정리해고의 불법성 의혹,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을 명확하게 밝혀 정리해고로 인해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쌍용차와 기업노조는 “일부에서 거론하는 회계조작 의혹 등은 금융당국과 법원에 의해 정당성과 합법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하였으나, 금융당국과 법원이 쌍용차의 정리해고와 관련해 민간회계법인의 회계 내용을 수용하는 데 급급했을 뿐 회계에 대한 독자적인 검토 자체를 방기하였다는 사실은 수차의 토론회를 통해 명백히 논증된 바 있다.

불법행위 의혹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자 법치국가로서의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일이다. 그럼에도 정의를 세우고 그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고자 하는 사회·정치적 노력을 국제신인도 훼손으로 몰아가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회피하려는 궤변일 뿐만 아니라 긴 안목으로 볼 때 국가의 신인도를 저하시키는 주범임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으로 이번 합의가 자신의 책임과 무관하게 회사를 떠나야 했던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이미 여야가 약속한 국정조사의 발목을 잡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이야말로 난마처럼 얽힌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신뢰 사회를 말하기 이전에 이미 자신의 입으로 했던 대국민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책임정치가 아닌가?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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