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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규제의 역설’ 이전에 ‘경제민주화’ 참뜻 헤아리길 / 이하규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을 중심으로 정권교체 준비가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선을 한껏 달구었고, 박근혜 당선인 역시 대선 공약의 전면에 내세웠던 ‘경제민주화’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국회가 유통산업법을 개정하고, 인수위원회도 앞으로 서비스업도 중기업 적합업종에 포함한다는 방침을 발표함으로써 그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한편에선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규제의 역설’이라는 소리가 대기업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즉 기업에 대한 과잉 규제가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 ‘규제의 역설’의 등장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업의 목적상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같은 맥락으로 어느 인터뷰 기사에서 “유통산업법에서 정한 강제휴무에 따라 남아도는 인력이 생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한 대형 마트 관계자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문득 이 장면에서 학창 시절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꾸짖음에 대응하던 철없는 학생의 모습이 떠오른다.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에게 선생님은 “앞으로 숙제를 해오지 마!”라고 지시하고, 학생은 그 말에 따라 다음에도 숙제를 해가지 않는다. ‘앞으로 더 잘해오라’는 말 이면에 있는 의미를 받아들이지 않은 학생에게 선생님은 허탈함을 느낀다.
물론 이는 일면을 극대화한 비유에 불과하며, ‘규제의 역설’을 말하는 기업과 선생님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학생’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업의 규제를 골자로 하는 경제민주화의 참뜻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사회의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을 위해 경제민주화는 필요하며 이는 성장을 돕는 것으로, 경제민주화와 성장은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고, 대통령 당선 직후 전국경제인연합회와의 첫 만남에서도 “일자리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규제의 역설을 최소화해달라는 의미이며 ‘경제민주화’와 ‘고용’이 기업의 경영목적이나 경제논리상 상충되는 의미일지라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그 둘을 조화롭게 유지시켜 가자는 뜻이 아닐까? 이러한 경제민주화의 이면에 내재된 의미를 박 당선인이 추구할 국정 방향과 종합적으로 생각한다면 대기업은 ‘규제의 역설’을 외치는 데 상당히 신중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모든 기업들의 경영철학으로 자리잡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소비자의 의식도 변했다. 환경, 인권, 윤리 등을 고려한 기업의 경영은 고무적이며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것만이 ‘사회적 책임’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정부 정책의 이면에 있는 뜻을 지혜롭게 헤아려 실천하는 것, 다시 말해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기업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복지의 또다른 이름인 일자리의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높게 평가받아야 할 대목이다.
이하규 성균관대 법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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