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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전력판매 분할, 함부로 도입할 일 아니다 / 김창봉 |
최근 일부 언론에서 한국전력을 판매회사와 송배전회사로 분리한 뒤 판매 경쟁을 허용하여 전력산업의 경쟁을 촉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전, 판매 경쟁을 주장하는 이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고 얘기한다. 일반적으로 경쟁이 효율을 높인다는 것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명제다. 하지만 단순하게 다수의 사업자를 만들어 인위적으로 경쟁을 유도하는 방법으로는 큰 효과를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현재 거론되는 판매부문 분할 경쟁이 과연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효율적인 방안인가?
우선, 전기료의 큰 폭 인상이 예견된다. 한전의 2011년 구입전력비를 살펴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및 화력 5개 발전회사로부터 ㎾h당 84.40원에, 민간발전회사로부터는 134.75원에 전력을 구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민간발전회사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65%를 넘어서고 있다.
공공부문은 지금까지 통합된 체계하에서 경비 절감 등 규모의 경제에 따라 비용을 최소화하여 저가의 전기요금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판매부문을 민간 경쟁체제로 전환하면 결국 민간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가격 책정으로 연간 약 27조원, 54%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판매부문이 민영화되면 정부의 가격통제가 불가능해 필연적으로 전기요금의 인상을 가져오게 된다.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민영화된 소수기업들이 암묵적인 담합 아래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며,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판매부문이 분할되어 수익성을 우선시한다면 전력회사의 공공적 역할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판매회사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공장, 빌딩 등 대규모 우량고객 유치에 나설 것은 자명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과 손실은 주택용 등 소규모 고객에게 높은 요금으로 떠넘겨질 공산이 크다. 농어촌이나 산간벽지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 거주자보다 비싼 전기료를 낼 수도 있다. 특히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대한 전기료 할인도 대폭 축소될 것이다. 공공부문은 한번 민영화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려워 공공서비스의 회복은 불가능해진다고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력산업은 ‘발전-송변전-배전·판매’ 시스템을 거치는 네트워크 산업이다. 배전·판매 시스템을 분리할 경우 인터페이스에 대한 설비 중복투자 문제가 발생하고, 전력 공급 과정의 복잡성으로 고장이 나거나 비상사태가 생기면 현장복구, 고객안내 등 통합대응이 곤란해 국민의 불편만 가중될 것이다.
향후 확대될 원전 시장의 세계 수출, 발전연료의 통합구매 등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교섭력(바게닝 파워)과 대외협상력이 중요하다. 현재도 발전부문 분할로 발전연료 구매의 효율성 저하, 인력운영 비효율, 해외사업 추진역량 약화 등 문제점이 많은데 판매까지 분할되면 더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에너지 자주율이 낮고 발전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 전력계통 고립으로 전력 융통이 불가능하여 경쟁으로 인한 이득이 없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할 때 한전 판매와 송배전부문 분할, 그리고 판매경쟁 도입시에는 전기료 급등과 서비스 질 저하 등 국민생활과 국가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김창봉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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