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냐면] ‘4대강’ 관련기관의 총체적 부실 / 김홍균 |
감사원이 지난 17일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설계에서 시공, 관리,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총체적 부실’이라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22조2800억원이라는 혈세가 투입된 ‘단군 이래 최대 역사’가 애물단지로 바뀔 수 있다니 허탈하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는 감사원의 지적이 잘못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의 진단이 사실이라면 국토해양부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된다. 시작 단계부터 타당성 부족, 절차상 문제 등을 지적하는 반대 여론에 귀를 막으며 일방통행으로 몰아붙인 결과가 이것이라니. 환경부의 권위는 말도 아니다. 사업의 주관부처가 아님에도 사업 부실의 책임 중 상당부분을 뒤집어쓰게 되었으니 말이다. 본연의 임무를 몰각하고 사업에 공조 내지 방조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꼴이니 안타깝다.
국토부와 환경부에 이어 국무총리실은 즉각 4대강 사업 부실 논란에 대해 총리실을 중심으로 재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검증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지만, 정부가 감사원을 감사하는 꼴이라니 희한하다. 관련기관 간의 충돌도 일종의 싸움질이라 흥미롭지만, 지루한 진실게임을 보아야 하고 우리의 이익과도 관계돼 있는 터라 답답하다.
사업의 부실을 지적한 감사원도 정작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사전 감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뒷북 감사를 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10년 1차 감사에 이어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된 2차 감사 결과를 대통령 임기 말에 발표하는 것이 정권 교체기의 레임덕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헌법상 독립 기구라고 하는 감사원이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법원은 또 어떤가. 이번 4대강 사업 부실 논란에서는 숨어 있지만 법원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법원은 초기 단계에 권위있는 결론을 내려 4대강 사업 부실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4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된 4대강 관련 소송에서 사업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지난해 2월 부산고법의 판결(낙동강 구간)이 유일하다. 법원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이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결과에 있어 다른 판결과 차이가 없었다. “사업 대부분의 공정이 90% 이상 완료되어 이를 원상회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처분의 취소를 허용하지 않는, 지극히 비겁하고 정치적인, 이른바 ‘사정판결’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이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1년이 다 되었는데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감감무소식이다.
미국 환경법 관련 서적에 유명한 소송 사건이 나온다. 지역 환경단체인 원고(Hill)가 피고(Tennessee Valley Authority)를 상대로 텔리코 댐 건설의 중지를 청구한 사건(TVA v. Hill)이 그것이다. 소송이 제기된 뒤 댐 상류지역에 가치가 알려지지 않은 3인치 정도에 불과한 ‘스네일 다터’라는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댐 건설은 완공 단계에 있었고, 의회는 댐 건설을 위해 10억달러 이상을 이미 지원하였다. 법원은 관련 멸종위기종법(ESA) 규정은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위협할지 모르는 연방공무원의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면서 공사 중지를 명하였다. 법원은 의회의 입법 의도가 그 비용이 얼마인지를 불문하고 종의 멸종을 막는 것이라고 못박으며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나아가 현명함 또는 비현명함에 대한 평가는 법원의 기능이 아니라는 점도 단호히 밝혔다.
이제는 세계적 가수가 되어버린 싸이가 어느 방송에서 “우리는 제자리에 있을 때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고개가 끄떡여지는 말이다. 정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모습은 신뢰를 주지 못한다. 역할을 혼동하고 서로 충돌하는 모습은 국민을 혼란케 한다. 이제 이들 4대강 사업 관련기관에 판결을 선고한다. 판결 주문은 모두가 공범. 이유는 총체적 부실. 국민을 크게 불안케 한 점, 수법이 지극히 정치적인 점, 개전의 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상참작의 사유는 없음.
김홍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환경법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