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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설 연휴 예상질문과 모범답안 / 정재환 |
곧 설 연휴다. 온 가족이 모이는 민족의 명절이다. 철이 없을 때는 세뱃돈에다 학교를 쉰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서 좋아했다. 철이 든 뒤로는 회사의 휴무라는 점은 좋은데, 응당 사회적 성인이 짊어져야 할 무게에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대학 4학년 취업 준비생에게는, 취업은 했냐? 어렵사리 취업한 구직자에게는, 결혼은 언제쯤 할 거니? 천생연분을 힘겹게 만나 결혼한 기혼자에게는, 자식은 언제쯤 몇이나 낳을 거지? 양육에 희로애락을 느낄 때쯤엔, 아이들의 성적 및 진로에 대해서 묻는다. 요즘에는 한가지가 더 추가되어, 인생 100살 시대에 노후준비에 대한 것이 빠지지 않는다.
물론 예상질문이라서 모범답안이 없지 않다. 예상질문이 싫어서 핑계를 대고 고향을 안 내려가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의 정을 나누는 명절 아닌가. 모범답안으로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올해까지 안 되면, 내년에는 눈높이를 낮추어서 취업할 예정입니다.” “전셋값이라도 모아놓고 가려고 합니다. 열심히 아끼며 모으고 있습니다.” “육아부담이 커서,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늦지 않게 1~2명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애들이 어른들 말을 듣나요. 옆에서 응원하며 자신의 인생을 살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애들도 애들 인생이 있잖아요.” “수입은 한정되고, 지출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생 2모작 준비는 전문기술직 자격증 준비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예상질문에 모범답안을 재깍재깍하고 나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가족들과 명절을 보낼 수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과 살기에 팍팍해져가는 인생살이에서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생활하며 자신의 계획을 이루겠다는데, 어떤 사람이 성급한 조언이나 흠을 잡을 수 있겠는가. 조심해야 할 것은 이게 언행일치가 되어야지 해마다 입으로만 떠들면 나중에는 가족들에게 ‘모범답안 양치기 소년’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곧 설 연휴다. 즐겁게 가족·친지들과 새해 인사와 새해 소망 등을 이야기하며 즐기는 명절이다. 그러나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불편해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질문은 하지 말자. 꼭 하고 싶다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보다는 둘이 있을 때 조용히 물어보거나 조언하자. 아니면 명절을 피해서 확인하도록 하자. 혈연과 혈연처럼 가까운 사람들은 대부분 굳이 묻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내부통신으로 알고 있다. 이심전심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명절증후군, 명절스트레스 등을 없애기 위해 설거지 분담, 운전 분담, 충분한 휴식, 서로의 가족구성원에 대한 비판·비교하지 않기 등의 방법이 있다. 여기에 하나만 더 보태자. 예상질문과 모범답안에 대해 서로 배려하자.
벌써부터 조카들의 세뱃돈(선물)에 대한 고민이 있지만, 어차피 해야 할 고민이고 해마다 반복되어야 할 숙제다. 조카들의 기대 수준과 내 경제적 여건의 합리적인 접점을 찾자.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짧은 설 연휴 3일! 제대로 즐겨보자!
정재환 스포츠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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