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06 19:55
수정 : 2013.02.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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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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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핵심 쟁점은 이 후보자가 헌재재판관 재임 중 수령한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은 후보자가 한 시중은행 지점에 개설한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계좌에 동일 은행에 개설되어 있는 특정업무경비 입금 목적의 입출금 통장으로부터 2007년 10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총 36차례에 걸쳐 3억여원을 입금했다는 것이다. 야당 소속 청문위원은 같은 기간 중 엠엠에프 계좌에서 특정업무경비 계좌로 재이체된 금액은 1억8000여만원에 불과해 나머지 1억2000여만원은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거액의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통장에 보관하고, 초단기금융상품에 가입해 수시로 이자놀이를 했다고 비판했다.
고객의 돈을 모아 금리가 높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콜 등 단기 고수익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발생하는 수익을 상품가입고객에게 배분하는 실적배당상품인 엠엠에프는 통상 각종 수수료 및 은행보수를 차감한 연환산수익률이 2.3~2.5% 정도다. 만약 후보자가 약 2% 정도의 연수익률하에서 매월 400만원씩 정기적으로 엠엠에프 계좌에 30회 불입(총 불입액 1억2000만원)했다고 가정하면, 환매할 경우 얼마나 받게 될까? 연금의 미래가치 계산법으로 보면 1억6000여만원으로 4000여만원의 세전수익이 발생한다. 또 1회 불입금과 총 불입금액이 일정해도 기간이 길어지면 받게 될 금액이 더 커짐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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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은행 거래 내역을 따져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입술을 적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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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청문회 의혹이 모두 사실로 밝혀질 경우, 헌법을 수호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는 헌재재판관이던 후보자가 우선 판례연구· 재판진행 및 조사 등에 써야 할 특수업무경비를 사적인 목적에 사용한 만큼 파렴치하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또 엠엠에프라는 수익형 상품에 공적인 경비를 이용해 개인적 수익을 얻었다면, 공금 횡령은 물론 공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제64조)을 위반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이런 은행계좌간 이체에 차명계좌가 이용되었다면 금융실명제법도 위반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사실과 다른 의혹이 제기돼 자신의 명예에 심대한 훼손이 있었다고 하지만 청문회를 통해 대다수 국민들이 느꼈을 허탈감은 감히 상상도 못하는 것 같다. 본인이 진정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면 왜 생뚱맞게 이 시점에 3억원이라는 거금을 사회에 환원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재산의 사회 환원은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할 때 그 감동이 배가 되는 것임을 모르는 걸까? 지금 이 시점에서 어설픈 사회 환원보다, 통장 공개로 기획재정부의 제도 개선을 이뤄냈다는 긍지(?)보다 더 시급한 것은 자금의 사적 유용이 있었는지 여부를 국민이 소상히 알 수 있도록 소명하는 일이다.
이제 해명의 모든 책임은 후보자에게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그 해명에 따라 후보자로서의 흠결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 전혀 흠결이 안 될 정도의 명쾌한 해명이 있다면 모를까, 지금까지와 다를 게 없다면 후보자는 하루빨리 그 거취를 표명하는 것이 국민과 임명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한다.
이재석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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