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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원안위, 미래부 이관보단 독립기구로 유지해야 / 장정욱 |
우리 경제구조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고부가 가치 기술력을 확보해 천연자원의 부족분을 메우고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신설하려는 미래창조과학부에 현행의 과학관련기관을 통합하려는 결정은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러한 복잡한 부처 통합 과정에서 기득권의 상실에 따른 불협화음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유독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소속부처에 대한 관계자들의 의견대립이 심한 것 같다.
거대사고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핵발전소 및 관련시설의 추진기관과, 이를 감독하는 규제기관의 분리라는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하면서까지, 대통령직인수위윈회는 원안위를 미래창조과학부에 흡수하려는 개편안을 제출하였다. 더욱이 추진과 규제의 분리라는 형식적인 틀을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원자력 추진의 핵심기관으로서 기초 연구개발(R&D)과 상업화 연구를 함께 해온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미래창조과학부 아래에 두되, 진흥 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에 과감하게(?) 양보하는 대담함조차 보였다. 우연히, 핵마피아들 속에서 막대한 재원의 분배와 인사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드러났다. 즉,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고려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실정이다. 전담조직의 신설을 통한 시너지효과로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꾀하려는 대통령 당선인의 의도가, 핵마피아들 간의 이익대립 때문에 마치 새 옷에 흙탕물을 뒤집어쓴 형상이다.
이런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적인 비난과 수치를 감수하면서까지 미래창조과학부에 원안위를 흡수시키려는 인수위의 무리수(?)에 있다. 현행의 원안위는, 원자력 추진과 규제의 전담기관을 분리하도록 촉구해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를 줄곧 무시해왔던 정부가, 후쿠시마 사고 후에야 겨우 형식적이나마 분리한 결과다. 그런데 인수위가 국제원자력기구의 원자력안전협약의 분리규정까지 무시하면서, 추진 측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원안위를 흡수하려는 것은 마치 범죄집단이 검·경찰의 예산배정과 인적교류까지 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인수위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핵마피아들은 막대한 재원을 낭비하면서 재처리공장 및 소듐냉각고속로 등의 원자력클러스터, 핵발전소의 확대, 중간저장시설의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따라서 원안위가 별도의 독립기관일 경우엔 원자력 추진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으니 이를 막으려는 의도로 미래창조과학부에의 흡수를 추진했다고 짐작된다. 현재, 추진과 규제의 분리를 주장하는 여론에 쫓긴 인수위는, 원자력 진흥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넘겼지만 막대한 과학연구기금의 배정권은 여전히 미래창조과학부가 갖고 있다.
원자력의 경우, 교과부가 기초연구개발(R&D), 지경부가 상업화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데, 연구개발(R&D)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으로 이관한다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한 의미도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오직, 무소불위 기득권의 확대만을 추구하는 핵마피아들의 추태를 보면, 그들이 늘 주장해온 ‘원자력 추진을 통한 국익향상’보다는 ‘원자력 추진’이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목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원안위를 독립시켜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의 흡수라는 백해무익한 결정은 즉각 취소하여 대통령 소속의 독립행정기관으로, 연구개발(R&D) 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원안위 사무국의 확대로 별도의 원자력안전청을 두는 방안은 생각할 수 있다. 동시에, 거대한 미래창조과학부 같은 행정부의 감시·규제를 위해서도, 그리고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첨단기술 분야 전문자문기관으로서, 국회에 과학기술국(가칭)을 신설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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