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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13 19:34 수정 : 2013.02.13 19:34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박 당선인님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8살 된, 취업준비생입니다. 취업이 쉽지 않네요. 이번달 대통령에 취임하시면, 청년 실업문제, 잘 해결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선인님, 당선인님은 후보자 시절 텔레비전(TV)토론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거론하셨습니다. 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박정희 정부 시절 일어났던 수많은 인권유린에 대해, 5선 의원인 분이 대통령 선거가 다가와서야 ‘마지못해’ 사과하셨던 모습이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대선 국면에서 여론과 압력에 밀려 사과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당선인님, 지금 한국 사회에는 국정원 여직원 말고도 -물론,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만’을 이야기하시는 게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만-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호받아야 할 약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쌍용차 노동자분들이 있습니다. 공권력의 탄압과 정치권의 무관심에 이분들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노동자와 그 가족분들이 20명 넘게 사망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 사람들의 인권이나 인격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이분들은 당선인님께서 그렇게도 ‘대통합’을 해야 한다고 부르짖으셨던,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지금까지 당선인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하지는 않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선인님,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에 쏟으셨던 그 애정과 관심을 쌍용차 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이 쏟아주셨으면 합니다. 국가기관 직원의 인권도, 일개 회사 노동자의 인권도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당선인께서 내세우셨던 ‘국민대통합’의 첫 단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분들을 보듬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하신다면, 당선인께서는 이분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떤 국민은 아끼고 어떤 국민은 내친다면 그것은 ‘국민대통합’이 아니라 ‘국민부분통합’이고 ‘국민분열’입니다. 이분들 말고도, 당선인님이 손을 잡아줘야 할 사람들은 대한민국 곳곳에 너무나도 많습니다. 용산참사 유가족도 있고, 민간인 불법사찰로 고통받은 분도 있습니다. 이분들도 찾아가 주십시오.

저는 이번 대선 때, 당선인님께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기득권 세력이 정권을 잡는 것만큼은 볼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제 기대와는 다르게, 당선인님이 대통령에 당선되셨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 마음속 한켠에는 당선인께서 실정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쌍용차 노동자분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손을 내밀라는 요구도, 당선인께서 그렇게 못하실 줄 알고 비판이나 한번 해보려고 이 글을 쓰는, 그런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지요. 누군가에겐 생명이 걸려 있는 일이니까요. 제 기대대로 된다면 많은 국민이 아파할 테니까요. 제 기대와 달리 대선에서 당선인님이 승리하셨듯, 이번에도 당선인께서 서민·약자들의 친구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재벌 총수나, 정치인이나, 국가기관의 직원이나, 노동자나, 서민이나 차별 없이 그들의 권리와 인격이 공평무사하게 존중받는, 진정한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첫 대통령이 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양흔 서울시 양천구 신월7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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